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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Book50

어우야담 - 한 시대의 문화나 사회상에 대한 풍자적 기록 <어우야담> 하면 아직도 기억나는 게 유몽인, 패관문학, 설화문학 등이다. 고등학교 시절 학력고사를 위해 무조건 외웠던 것의 잔재다. 물론 국어책에도 실려 있지 않았고 제대로 된 번역본도 없었기에 그 내용의 일부라도 읽어 볼 기회는 없었다. 이후 내 삶의 여정 그 어느 언저리에.. 2016. 1. 22.
스피노자, 저주 속에서 피어난 긍정의 철학 우리는 바뤼흐 드 스피노자를 파문하고, 추방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노라. 여호수아가 여리고 사람들을 저주했던 그 저주로, 엘리사가 소년들을 저주했던 그 저주로, 율법서에 쓰여 있는 모든 징계로 그를 저주하노라. 그에게 낮에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에게 밤에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누워 있을 때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일어나 일을 때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나갈 때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들어올 때 저주가 있을지어다. 주께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주의 진노와 질투가 그를 향해 뿜어져 나올지니라. 누구도 그와 교제해서는 안 되며, 글로 교류하는 것조차 안 된다. 그에게 어떤 친절도 베풀어서는 안 되며, 한 지붕 아래 머물 수 없으며, 그와 4큐빗(1큐빗은 대략 45cm-인용자) 이내의 가까운 곳에.. 2015. 11. 2.
칡과 등나무가 얽힌,'갈등'의 어원을 찾아내는 식물사회학 갈등(葛藤)이란 한자어가 있다. 여기서 '갈(葛)'은 칡을 뜻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뜻한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①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함의 비유 ②서로 상치되는 견해ㆍ처지ㆍ이해 따위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 ③정신 내부에서 각기 틀린 방향의 힘과 .. 2015. 5. 21.
『미학의 역사』 - 보완적 텍스트가 필요한 미학 교과서 독일의 철학자 알렉산더 바움가르텐(A. G. Baumgarten)이 자신만의 미학체계를 다듬어 펴낸 『미학』이란 책이 나온 해가 1750년이다. 그러니 미학의 역사에서 미학이 철학으로부터 독립된 분과 학문으로 다루어진 건 채 삼백 년이 안 된다. 이 기간 동안 미학의 근본 문제나 방법론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그 발전의 상당 부분은 구소련이나 폴란드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행해진 연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소련에서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10년 넘게 진행된 '에스테티체스꼬에(미학)' 논쟁을 비롯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미학사 교과서의 저자인 타타르키비츠(W.Tatarkiewicz) 역시 폴란드 출신이다. 그 덕분인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에 걸쳐 국내에 번역되기 시작한 미학 .. 2015. 4. 8.
아룬다티 로이 - 『9월이여 오라』 아룬다티 로이. 아마도 내가 그녀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이라는 그녀의 첫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 때문이었을 거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던 시절이 아닌 90년대 후반,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들러 이런저런 책을 들춰보는 게 일상이던 시절에 맞닥뜨린 그녀의 소설은 솔직히 말해 내 취향이 아니었던 듯하다. 내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당시로서는 꽤나 광고를 했던 것 같다.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내가 서점에서 시간을 들여 책을 훑어보았다는 건 같은 일간지 등에 소개되는 광고를 보았다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난 가을, 촌동네 평생교육원에서 대출 받아 읽기 전까지 은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소설가가 아닌 작가로서의, 정치평론가.. 2014. 12. 26.
고독의 깊이 - 기형도 태풍은 소멸되었다 하는데 내리는 비는 장맛비처럼 드세다. 바람 또한 자신의 존재를 잊지말라는 듯 악을 쓰며 윙윙거린다. 저 드센 빗줄기와 바람에 배추와 무우가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보내는 밤. 우연히 읽게 되는 기형도의 시는 한없이 우울하다. 아아, 雲霧 가득한 가슴이여 내 苦痛의 비는 어느 날 그칠 것인가 ("孤獨의 깊이", , 문학과 지성사(1999), p.173) 기형도.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불과 엿새 앞두고 종로의 한 심야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한 시인. 내게는 다른 그 어떤 프로필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장이다. 아마도 그의 시는 그의 죽음 만큼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아마도 대개는 다른 글에서 그(의 시)가 언급될 때 한 번씩 그의 "전집"을 뒤.. 2014. 9. 24.
<월든> - 단순하고 간소한 삶이 아름다운 삶이다 내가 소로의 을 처음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이다. 그 오래된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숙대앞 옥탑방에서 동두천과 방화동의 공장으로 출근하던 시절, 전철과 버스(그땐 서울에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되기 전이었기에 방화동에 있던 공장은 영등포 역에서 버스로 갈아 타고 다녀야 했다) 안에서 긴 출·퇴근시간을 견디느라 가지고 다녔던 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환경, 생태, 자연 같은 것들보다는 평등, 진보, 투쟁 같은 것들에 더 관심이 많던 팔팔한 시기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읽고 난 뒤, '괜찮은 책이네' 정도의 인상밖에 남기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 뒤 7,8년이 지나고 어떤 이유에선가는 모르겠는데 다시 한 번 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아마도 다른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한기찬 번역본(소.. 2014. 9. 1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경제학은 원래 '정치경제학'이었다. 근대경제학의 출발점으로 인용되는 아담 스미스의 &lt;국부론&gt;에도, 리카도의 &lt;정치경제학 및 조세의 원리&gt;에도 경제학(Economics)이 아니라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었다. 경제는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는 자명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 2014. 9. 16.
<파브르 식물기> - 식물을 통해 통찰해내는 인간의 삶 파브르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곤충기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어떤 형태로든 한 번쯤은 접했을 파브르의 곤충 이야기. 그 곤충 이야기의 강렬함이 이 뛰어난 자연관찰자의 식물 이야기를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어딘가 골치 아픈 책일 것 같지만, 는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체로 쓰여져 있다. 책의 모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파브르가 그의 자녀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나무 이야기'를 들려줄 목적으로 쓴 글이기 때문이다. 또한 식물 이야기라고 해서 단순히 자연과학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동물, 사람, 사회와의 관계 등을 두루 언급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설명하듯 풀어내고 있다. 다음의 다소 긴 인.. 201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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