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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고흥의 진석화젓

by 내오랜꿈 201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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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은 뒷날을 요량하여 만든 음식이죠. 고흥에는 바다의 우유라 일컫는 굴로 담는 '진석화젓'이 있습니다. 저는 젓갈이라 하면 단순히 어패류를 소금에 절여서 삭히는 방식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고흥의 진석화젓은 삭히고 끓여서 재삭힘을 반복하여 만든 젓갈입니다. 짐작컨데 이 지역의 따뜻한 기온이 낳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경험한 굴젓은 싱싱한 생굴을 갖은 양념에 바로 무쳐서 먹거나 소금에 절인 굴을 고춧가루를 버무려 먹는 간월도의 어리굴젓 뿐이었죠. 어쩌다 일 관계로 샘플을 받아 첫맛을 본 진석화젓은 속도와 효율에 따른 획일화에서는 나올 수 없는 긴 시간을 거친 오묘한 맛이었습니다. 생굴과는 다른 비릿함과 곰삭은 맛이 어우러져 무척 생소했지요. 모든 음식이 다 그렇듯 유년시절부터 먹어온 고흥분들에게는 집요한 그리움을 부르는 맛이 아닐까 싶네요.   
 
벚꽃이 한창인 지난 4월초, 마지막으로 젓갈 끓이는 작업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사진을 찍으러 급히 오취도에 들어갔습니다. 오취도는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데(궁금하면 여기), 고흥의 굴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젓갈 만드는 가정집에 갔을 때는 이미 작업이 거의 끝나갈 시점이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 어슬프나마 고흥의 진석화젓 만드는 과정을 알아볼까요?

고흥에서 생산된 살오른 굴에 소금을 섞어 45일간 발효시키면 분홍빛 도는 국물이 생깁니다. 절일 때 소금은 굴 무게의 20%. 소금이 적으면 굴이 삭아 버리고, 많으면 짜게 되어 굴과 소금의 배합이 중요합니다.

 



그 국물을 쪽~ 따라 내는데, 남은 굴 건더기는 약간 푸르스름한 빛을 띕니다.
 
 


따라낸 국물을 솥에 붓고 장작불에 24시간 동안 달입니다. 마지막 국물 양이 처음과 동일하게 졸아들면 물을 추가하면서 천천히 끓입니다. 달인 국물을 식혀서 다시 굴 건더기에 부어 10일 정도 재삭히고, 다시 국물을 따라서 끓여 붓는 과정을 세 번이나 반복하는 지난한 작업.

 



이렇게 하여 고흥의 전통 방식인 '진석화젓'이 완성됩니다. 국물이 거무스름한 빛을 띄지요. 

먹을 때는 진석화젓 원액에 갖은 양념(다진 마늘, 파, 고추가루, 양파, 풋고추, 참기름, 설탕을 아주 약간)을 넣어 골고루 버무립니다. 농축된 굴의 맛이 별스런 풍미를 지녔습니다.

 


맛의 평준화로 향토 특미라 할 만한 음식이 점점 귀해져가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면 진석화젓은 아직 세태를 따르지 않는 지역의 숨은 별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인지도는 무척 낮을테지만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이기도 했다 합니다.

[출처] 고흥의 '진석화젓'|작성자 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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