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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땅딸보 무 수확, 무 품종의 중요성을 생각하다

by 내오랜꿈 2016.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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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재배에서 무는 키우기 어렵지 않은 작물 가운데 하나다. 발아 초기에 집중되는 잎벌레의 피해만 극복한다면 그냥 방치해도 어느 정도는 수확 가능한 작물인 것. 그래서 배추는 파종할 때 품종을 따지는데 무는 굳이 어떤 품종인지 잘 따지지 않는 편이다. 텃밭 초기에는 손에 들어오는 이런저런 품종의 무를 재배했으나 몇 년 전부터는 '진주대평무'라는 품종만 재배했었다. 몸통이 조금 긴 편이지만 너무 굵지 않아서 여러모로 이용하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올해는 몇 년 동안 키우던 '진주대평무'가 아니라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게 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콜라비와 비트를 키우려고 씨앗을 준비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인터넷에서 몇 년 동안 씨앗을 구입하던 업체에서는 콜라비와 비트 씨앗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이 두 작물의 씨앗이 있는 업체에서 다른 씨앗도 같이 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서는 '진주대평무'라는 품종을 취급하지 않았던 것. 취급하는 몇 가지 무 품종 중에서 선택한 게 바로 '청화무'라는 품종이었다. 뭐 무는 품종 따져 가며 키우는 작물이 아니었던지라 크게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었다.



▲ 작년까지 키웠던 '진주대평무'라는 품종(2015년 12월 사진). 미끈한 각선미(?)가 돋보인다.


여름의 가뭄 때문에 파종시기 잡느라 애먹어서 그렇지 새 품종은 발아한 뒤로 별다른 문제없이 잘 자라주었다.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하나 둘 뽑아 먹는 동안 지금까지 키우던 품종과는 달리 몸통이 조금 굵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수확하고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짜리몽땅'한 것 일색이다. 작년 무 수확 사진을 찾아 비교해 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생육 초기의 가뭄 등 다른 요인들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겠지만 품종 차이가 일차적이라는 건 확실하다.


우리 집 텃밭에서 무를 키우는 땅은 사질토가 아니라 양토다. 흔히 말하는 참흙이다. 무나 당근 같이 뿌리를 식용하는 작물은 사질토보다는 양토처럼 차진 땅에서 자란 것이 맛도 좋고 추위에도 비교적 잘 견디고 바람들이의 발생도 늦어진다. 단점이라면 가랑이가 갈라지거나 열과가 일어나기 쉽고 뿌리가 썩는 등의 생리장해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이런 땅에서 무를 키울 경우 아래로 뻗지 못하면 대부분 위로 자란다. 작년까지 키웠던 '진주대평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땅 위로 솟구친 부위가 땅속 부위보다 더 길다. 밑으로 뻗지 못한 만큼 위로 자란 것이다. 그런데 '청화무'는 위로 자라는 게 아니라 '옆으로' 자랐음을 알 수 있다.



▲ 올해 처음 키운 '청화무'라는 품종.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데 실제로도 칼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다. 위 사진과 비교해 보면, 같은 땅에서 키운 것인데 품종에 따라 이렇게 다른 모습이다.


무 품종에 따라서는 지상부로 잘 자라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청화무라는 품종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본다. 청화무 같이 위로 잘 자라지 못하는 품종은 사질토에서 키워야지 양토에서 키우면 이런 땅딸보 무를 수확하게 된다. 그렇다고 작물을 키우는 데 있어 무조건 사질토가 좋다는 환상은 버리시기 바란다. "6시 내고향" 같은 TV 프로를 보면 나오는 지역마다 전부 다 어떤 작물을 재배하는 데 있어 자기 지역의 땅이 최고이고, 또한 그 땅의 대부분이 사질토라고 주장한다. 그걸 보고 있으면 우리 나라에 나쁜 땅은 하나도 없고 사질토 아닌 곳 역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물은 사질토보다는 참흙(양토)에서 키운 것이 맛도 좋고 영양분도 뛰어나다. 단지 사질토보다 키우기가 조금 더 어렵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제발 TV에서 떠드는 것 맹목적으로 믿지 말았으면 한다.


무 한두 번 먹어 보고 맛의 차이를 구별할 정도의 예민한 미각을 갖추진 못한 터라 어느 품종의 맛이 더 뛰어난지는 모르겠으나 생김새 하나만으로도 이 밭에서는 기존에 키우던 '진주대평무'를 키워야 할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올해 키운 김장배추를 보면서도 그랬지만 무 역시 품종이 중요함을 새삼 생각케 만든, 2016년 김장무 키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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