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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한지형 마늘 파종

by 내오랜꿈 2016.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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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텃밭의 마늘 파종 날짜가 들쭉날쭉이다. 한지형 마늘만 하더라도 10월 말에 파종할 때도 있고 12월 초에 파종할 때도 있다. 대개는 11월 20일을 전후하여 파종하는 걸 기본으로 한다. 요즘은 한지형 마늘이든 난지형 마늘이든 점점 파종일자가 빨라지는 추세다. 상업적 재배에서는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수확하는 게 돈으로 직결되다 보니 이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난지형의 경우 수확철 마늘 가격은 일주일 사이에 널뛰기를 하는 일이 다반사니 하루라도 빨리 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다 보니 소규모 자영농이나 텃밭재배에서도 무작정 이런 추세를 따라간다. 그런데 빨리 파종한다고 과연 그만큼 수확이 빨라지고 수확량이 많아질까?


<한지형 마늘 파종시기별 생육 및 수량>



출처:국립원예특작과학원(http://www.nihhs.go.kr/farmer/technology/Newcrops_list.asp)


위 표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한지형 6쪽 마늘의 하나인 단양재래종을 가지고 파종시기별 생육 상태와 수량을 비교 실험한 결과다. 참고로 우리 나라 한지형 마늘 재래종은 크게 경북 의성종, 충북 단양종, 충남 서산종을 3대 기본종으로 분류하고, 여기에 강원 삼척종을 추가하기도 한다. 표를 보면 10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흘 간격으로 파종한 것과 겨울이 지나 봄에 파종한 것을 함께 비교하고 있다. 10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는 언제 파종해도 생육 상태나 수확량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수량지수가 10월 25일 파종을 100으로 했을 때 11월 25일 파종까지는 거의 9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1월 25일 파종의 경우 수량지수가 표에는 89로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실험 방법에서 약간의 착오가 있는 것 같다. 마늘 한 구당 무게를 비교한 건구중을 보면 10월 25일 파종이나 11월 25일 파종이나 23~24g 정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10a당 수확량을 보면 60~70kg 정도 차이가 난다. 마늘 한 구당 무게는 차이가 없는데 전체 수확량에서 차이가 난다면 파종량이 그만큼 적었기에 수확한 구가 적었다고 해석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이것을 수량지수가 차이난다고 표기하는 건 잘못이다. 만약 11월 25일 파종에서도 같은 양을 파종했는데 병충해 등 기타 이유로 수확한 구가 적었다면 따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터인데 원예특작과학원 자료에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다. 따라서 이것은 실험 방법의 오류이거나 착오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실험 결과가 말하는 것은 10월 말에 파종하거나 11월 말에 파종하거나 생육상태나 수확량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수확을 바라는 농부의 애타는 마음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나 일찍 심으나 늦게 심으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기를 쓰고 일찍 파종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전통적으로 마늘은 대개 메주콩의 뒷그루 작물이었다. 메주콩은 6월 파종 10월 말 수확이 기본이다. 서리태는 11월 중순까지도 간다. 그러니 마늘 파종은 11월 중순이나 말에 하는 게 보통이었다. 마늘도 그것에 맞춰 자신의 DNA를 조절해 왔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보관된 한지형 마늘이라면 11월 중순은 지나야 새 뿌리가 움트며 싹이 날 준비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유전자는 거짓말하지 않는 법이다.



▲ 10월 19일 파종한 난지형 마늘.

▲ 11월 12일, 1차로 파종한 한지형 마늘. 1차 파종 마늘은 파종한 지 2주 만에 대부분 싹이 났지만, 2차로(11월 25일) 파종한 마늘은 아직 거의 싹이 나지 않았다.

▲ 3차로 파종하는 한지형 마늘(12월 06일). 25일에서 30일 정도는 지나야 싹이 나온다.


올 가을엔 한지형 마늘을 세 차례로 나누어 파종했다. 11월 12일, 11월 25일, 12월 06일.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밭 사정에 따라 작물이 정리되는 순서에 맞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1차로 파종한 마늘은 2주 만에 대부분 싹이 나왔지만 2차 파종한 마늘은 아직 거의 싹이 나지 않았다. 파종한 뒤의 온도차에 따른 차이로 보아야 한다. 엊그저께 파종한 마늘은 아마도 한 달 정도는 지나야 찬바람을 머리에 이고 보랏빛 싹을 밀어올릴 것이다.


한지형 마늘은 중부 내륙 지방의 경우 늦게 심으면 월동한 뒤 이듬해 2월 중순경부터 싹이 나오는 게 보통이지만 남부지방은 늦게 심어도 한 달 정도면 싹이 나온다. 똑같은 마늘을 똑같은 시기에 심었는데도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은 생육 상태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마늘 수확량이 차이 나지 않듯이 조금 일찍 심거나 늦게 심는 것 때문에 수확량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수확량의 차이는 심는 시기보다는 심는 방법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마늘은 너무 깊게 심으면 통이 작아지고 너무 얕게 심으면 냉해 피해을 입을 수도 있고, 벌마늘도 많아진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마늘은 심고 나서 5cm 정도의 깊이로 복토하라고 권한다. 이때 5cm는 마늘 발아 부위가 아니라 뿌리가 나는 부위를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복토한 다음에는 가볍게 흙을 다져주어 모세관 작용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유도 모르면서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무조건 일찍 심으면 마늘 통이 굵어진다는 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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