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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패랭이꽃이라는 이름...

by 내오랜꿈 2016.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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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Dianthus chinensis L.)의 영어 이름은 "Rainbow pink" 또는 "Chinese pink"다. 이름에서 원산지와 꽃의 색깔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이름은 "도코나쓰(常夏)"다. 항상 여름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패랭이꽃은 여름 내내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패랭이꽃의 특징을 가장 잘 포착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디안투스(Dianthus)라는 속명 역시 여름과 관련이 있다. 목성을 뜻하는 디오스(Dios)와 꽃을 뜻하는 안토스(anthos)의 합성어인데 목성이 가장 잘 관찰되는 시기는 여름이다. 목성을 볼 수 있는 여름 내내 피는 꽃이란 뜻으로 명명한 것이리라. 반면에 우리말 '패랭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보부상이나 역졸 등 신분이 낮은 사람이 쓰던 갓을 지칭하던 것에서 유래한다. 그 이름에 사회적 약자, 소수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지 하찮은 꽃이라는 의미로 붙였는지 모호하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글(패랭이꽃, 그 아름다운 자태)에서 여성성, 소수성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해석했는데 100% 확신은 못 하겠다.


그런데 식물사회학자인 김종원 교수는 일본에서는 원래 패랭이꽃보다 술패랭이꽃이 더 많이 분포한다는 점을 들어 생뚱맞게도 술패랭이꽃의 일본 이름 나데시코(撫子)를 거론하며 일본의 국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식물생태보감 1>, p442). 우리 국가대표축구팀을 일러 '붉은 악마'라 부르듯이 일본여자축구대표팀을 '나데시코 재팬'이라 부르는데 이 이름이 국수주의에 편승한 것이라고 한다. '나데시코'는 일본에서 '현모양처'를 뜻하는 말인데 에도시대나 메이지 초기에나 쓰던 말이지 지금은 일본에서조차 잘 쓰지도 않는 말이라고 한다. 단순히 '여성성'을 상징하는 '나데시코'라는 이름을 여자축구대표팀에 붙였다고 해서 국수주의를 경계하자는 발상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패랭이꽃을 서술하는 항목에서 '도꼬나쓰'는 언급도 하지 않고 술패랭이꽃을 뜻하는 '나데시코'를 거론하며 논리의 비약을 시도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자세도 아닐 것이다. 김종원 교수의 <식물생태보감>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늘 옆에 두고 참고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뜬금없는, 지나친 민족주의적 시각은 아쉬울 따름이다.



패랭이꽃은 5월 말부터 피어 8월까지, 더러는 9월 중순까지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머리카락조차 흔들리지 않을 미풍에도 움직이는 가녀리고 연약한 모습이지만 태풍에도 꺾이지 않는 강인함도 간직하고 있다. 끈질긴 생명력 못지 않게 꽃의 아름다움은 덤이다. 그 화려함은 카네이션으로, 소박함은 안개꽃으로 승화한다. 같은 석죽과의 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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