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싶었는데 여름의 문턱이다. 어느덧 4월이 저물고 5월이 시작됐다. 이곳의 5월은 봄이라기보다는 여름에 가깝다. 이제 곧 낮 기온은 25℃를 넘어 30℃를 넘나들 것이고 아침 기온은 15℃ 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다가 20℃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조생종 양파는 이미 뽑아 먹고 있고 중만생종 양파는 한창 잎의 수를 늘리고 있다. 실한 것은 6~7개, 작은 것은 4~5개의 잎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것. 비가 잦아서인지 잎이 너무 크고 웃자라는 느낌이다. 양파 구근 큰 걸 바라지 않는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징조다.
고추, 토마토 등 가지과 작물 돌보느라 무심코 지나치던 완두콩을 쳐다보니 어느새 꼬투리를 키워 수확할 만큼 자랐다. 텃밭 이곳저곳에 분산시켜 놓은 여덟 포기의 작약도 꽃 몽우리가 생겼다. 이 정도 크기면 3주 정도 뒤에는 순백의 화사한 꽃을 피울 것 같다. 몇십 년만의 한파에 생존의 마지노선을 왔다 갔다 했을 비파도 뒤늦게 새잎을 밀어올리며 열매를 키우고 있다. 겨울 동안 송이마다 수십 개의 열매를 달고 있었는데 대부분 자연낙과 하고 대여섯 개의 열매만 품고 있다.
주말, 멀리서 온 손님 맞으러 나간 길. 유자공원 벤치를 장식한 등나무에 꽃이 피었다. 연한 청보라빛 꽃에 덩치 큰 검은 벌들이 숱하게 달려든다. 등나무는 콩과식물로 알고 있는데 살랑거리는 바람에 아까시 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유자공원에서 웬 아까시 향기? 하며 주변을 둘러 보아도 아까시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새순이 돋아나는 유자나무에서 이제 막 밤하늘의 하얀 별꽃 같은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이 아까시 꽃 향기의 정체는 뭐지? 하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불현듯 혹시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식물분류체계상 같은 과 식물은 꽃 모양도 비슷할 뿐더러 꽃 향기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역시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이다. 등나무나 칡이 콩과식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인 건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아까시나무 꽃도 전형적인 콩과식물의 꽃 모양인데 그동안은 생각 못 하고 지나쳤다. 혹시 등나무 벤치 아래서 아까시 꽃 향기를 맡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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