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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엄나무 순, 두릅나무 순 따다

by 내오랜꿈 2016.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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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을 세며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게 도회지의 삶이라면 시골살이는 1년을 단위로 반복된다. 좀 더 스케일이 큰 셈인가? 바야흐로 봄나물과 봄햇순의 계절이다.




아래께부터 내린,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은 40mm 가량의 비에 앞마당의 매화나무 꽃이 모두 지고 있다. 매화나무 꽃이 질 때쯤 텃밭의 완두콩은 꽃을 피우고 뒷산의 엄나무 순이 피어난다. 해마다 기상조건에 따라 날짜는 며칠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 조합은 변하지 않는다. 줄줄이 피어나는 완두콩 꽃을 보며 오른 뒷산. 엄나무 군락지가 눈에 들어오는 산기슭에 이르니 멀리서 보아도 순이 나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자연의 섭리란 거짓말을 안 한다. 우리 집 마당의 매화나무나 뒷산의 엄나무나 멀리 떨어져 자기 할 일만 하고 있는데도 둘은 해마다 나를 통해 이렇게 연결된다.


봄나무 순 매니아들 사이에선 '일 옻, 이 가죽, 삼 엄'이란 표현을 쓴다. 첫째가 옻나무 순, 두 번째가 가죽나무 순, 세 번째가 엄나무 순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에 따라선 '일 가죽, 이 옻'이라 하여 옻나무와 가죽나무의 순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이맘때면 대형 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빠지지 않는 두릅은 아예 끼이지도 못 한다. 뭐,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다를 것이니 절대적인 기준 같은 건 없다. 내 경우엔 셋 다 좋아하는데 옻나무 순과 가죽나무 순이 조금 순한 맛이라면 엄나무 순은 독특한 향이 강하다. 그래서 엄나무 순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십상이다.



▲ 엄나무순

▲ 두릅


▲ 고사리. 살짝 데쳐서 말리고 있다.


엄나무 순은 때를 조금만 놓치면 금방 피어버린다. 이 시기에 한눈팔다가는 하루 이틀만 늦어도 손가락 하나 크기가 왔다 갔다 한다. 이맘때면 집 마당의 매화나무를 쳐다보며 늘 신경을 곧추세우게 되는 이유다. 상업적으로 재배하여 판매하는 엄나무 순을 보면 잎이 활짝 핀 경우가 많다. 나는 잎이 완전히 피기 직전의 것을 선호하는데 때를 잘 맞춘 덕분인지 적당하게 피었다. 엄나무 순을 따본 사람은 알겠지만 순을 따면서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엄나무 가시에 찔리면 통증이 장난 아니다. 찔릴 때 아픈 건 물론이고 심할 경우 며칠 동안 뼛속까지 아릴 정도의 묵직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 그러니 조심 안 할 수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엄나무 순과 연결되어 있는 게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두릅이다. 엄나무 군락지와 5분 거리의 계곡에 두릅나무 군락지가 있다. 재배하는 땅두릅이 아니라 야생 두릅이니 향이 아주 강하다. 향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난 엄나무 순을 훨씬 더 좋아한다. 두릅은 내게 너무 심심한 맛이다.


엄나무 순, 두릅나무 순을 따느라 오가는 오솔길 양 옆으로 봄비 머금은 고사리도 한창 올라오고 있다. 1년이란 사이클은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순식간이다. 봄은 늘 이렇게 바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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