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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봄배추 물김치

by 내오랜꿈 201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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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더워지니 시원한 물김치가 생각나는 철이다. 열무는 아직 어리기에 더 커야 하고, 작년 가을에 뿌리고 남은 결구 배추씨를 되면 되고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심었는데 물김치를 담아도 될 만큼 제법 많이 자랐다.




덤성덤성 큰 배추를 남기고 알뜰하게 솎아냈더니, 딱 물김치 한 통 만들 양이다. 관행농으로 키운 배추에 비하면 모양새가 턱없이 못났지만 우선, 가을배추 씨앗을 가지고 이 크기만큼 길렀다는 것에 만족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이 정도로 자란 건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은 씨앗만 뿌려놓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기에, 떡잎 때부터 잎벌레의 무차별 습격을 받아 잎사귀가 그물망이 되기 일쑤였다. 설사 배추 자라는 속도가 빨라진다해도 결국은 잎맥만 겨우 남은 것을 추리다보면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이 더 많은 지경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씨앗을 뿌리고 발아한 다음에 은행잎 발효액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뿌려주었다. 바닷물 희석액도 몇 번 뿌려주었다. 그런 효과를 본 것인지 올봄은 배추벌레들의 피해가 거의 없이 자란 것 같다. 잎사귀의 구멍들은 배추벌레가 그런 것이 아니라 민달팽이들의 흔적이다. 화학 농약처럼 깔끔하게 방제된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이라도 자란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작은 배추들을 솎아내고 나서 부족하나마 포기를 안아서 새김치를 해먹을 수 있을까 하여 남은 배추를 자세히 살폈더니 헐~.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배추인데 날이 확 더워지니, 결구를 포기하고 꽃대가 올라오려고 폼 잡는 것도 있다. 역시나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뿌린 지 3주 정도 된 얼갈이배추도 달팽이에게 먹히긴 하지만 잎벌레의 피해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 집에서 물김치를 담을 때는 보통 김치 국물로 감자를 갈기도 하고, 찹쌀 없으면 밀가루풀 쑤고, 배가 있으면 갈아서 시원한 맛내기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찹쌀풀을 끓여서 담기로 했다. 그리고 얼려두었던 홍고추 3개 정도 갈고, 마늘, 햇양파 채 썰어서 넣고, 정말 단순하고 간소하게 담았다. 먹어보니 정말 맛이 있길래 칭찬을 했더니 아내가 한껏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한마다 보탰다. 


"재료가 좋은데 이 정도 맛이 안 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노지에서 물을 준다든가 하는 인위적인 행위 없이 배추를 길러보면 좀 질기고 소금에 절여도 국물을 부으면 자존심이 쎄서 일부는 살아서 밭에 가려는 기미를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이번 배추는 야들야들 너무 보드랍다. 작년 김장 배추 기를 때부터 느낀 것인데, 우리는 그 이유를 간간이 희석하여 뿌려준 바닷물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확실한 건 몇 년 더 실험해봐야 알 것 같다.

 

 


덤으로 만든 깻잎김치. 작년 가을에 옅은 소금물에 절여둔 깻잎을 깜빡 잊고 있다가 냉장고 구석에서 찾아낸 아내가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깻잎김치를 담궜다. 이런 류의 밑반찬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한두 가지 있으면 입맛 없을 때 밥 한 그릇 넘기기에는 이만한 것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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