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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각

갑질

by 내오랜꿈 201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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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타이밍도 안 좋았던 게 파란 집에 사는 어떤 여자와 그 여자를 둘러싼 '십상시'라는 현대판 내시들의 웃기는 행태에 쏠린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뭔가가 필요했던 터에 던져진 먹잇감이라고나 할까. 오늘 선고가 내려지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심판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그 여자, 모르긴 몰라도 자기는 절대 잘못한 게 없는데 세상이 왜 이 난리냐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종놈'한테 발길질 한 번 한 거 가지고 왜 난리냔 말이지. 평상시에 늘 그렇게 하고 살았는데 왜 이제 와서 난리냐고...


그 얼마 전에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경비원 사건이 있었다. 입주민들의 멸시와 학대에 저항해 분신한 사건. 그 이후 경비노동자들은 현대아파트 측으로부터 12월 31일자로 전부 해고통서를 받았다. 아파트 전 주민이 경비노동자들을 무시하고 모멸감을 준 건 아니라는 차원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며칠 전에는 이 아파트 입주민 중 한 사람이 경비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코뼈가 내려 앉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왜 쳐다보냐며 시비를 걸어서. 


이런 현상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갑질'(좀 강도가 세면 '슈퍼갑질')이라고 부른다. 이 어처구니 없는 갑질들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 저런 인간들이 다 있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해 공분을 쏟아낸다. 기자들도 신났겠지만 각종 SNS 사이트들도 신났다. 나 자신도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글들을 들여다보며 댓글도 달고 공감 버턴도 눌렀던 것 같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들 대부분도 저런 사람들의 모습을 일정 부분 지니고 있다. 직장에서, 모임에서, 심지어 가정에서도. 직장에서의 지위에 따른 권위의식, 모임에서의 위치나 공헌이나 활동기간에 따른 권위의식, 가정에서의 가장의 권위의식 부모의 권위의식 같은 것들.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의 시스템에서 이 '갑질'이라는 사회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삼순아, 세상에는 너보다 못한 인간들이 너무 많아!"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어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정식 회원이 되는데 여러 가지 형식적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기에 '이 형식을 충족하기 위해 한 줄 짜리 글들을 올리는 거 같다'는 문장 딱 한 줄 올려놓았더니 광분하여 자폭하는 사람도 있었다. '새내기가  건방지게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 얼마나 수직적 관계의 권위를 내세울 데가 없었으면 친목 카페에서조차 그걸 저리도 내세워야 할까 하는 측은한 마음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런 걸 그 조직에 대한, 모임에 대한, 사랑, 애정이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것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닌 것 같다. 특정 개인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 개인이 속하는 사회가 상당 부분 그 개인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니까. 


조현아라는 인간으로 인해 드러나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권위의식이나 위선들, 언제든 '갑질'이라는 형태로 물화될 수 있는 잠재의식에 울리는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이런 위선과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이걸 표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느냐가 핵심이 아닐까?


조현아 변호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조현아 씹어댄다고 '우리 내면의 조현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게 이런 인간들인데, 조현아에게로만 쏟아지는 관심과 비난은 무엇인가 병리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아니면 다른 의도가 개입되어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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