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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문화예술

‘경계’ - 그래도 삶은 지속돼야 한다

by 내오랜꿈 2007.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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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경계’
출처 : <경향신문> 2007년 10월 23일
<온라인뉴스센터 장원수기자>
 

- 그래도 삶은 지속돼야 한다 -

‘경계(감독 장률·제작 G21M)’는 황량한 초원을 지키는 몽골 사내와 탈북 여인과 그의 아들 이야기다. 외로움에 지쳐가던 세 사람은 소통과 단절을 통해 질척거리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몽골과 중국 변경의 사막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 건조한 날씨와 모래바람은 이 곳을 터전으로 살던 사람들을 하나둘 내쫓는다. 딸의 병 치료 때문에 아내와 딸마저도 떠나버린 이 곳에서 항가이(바트을지)는 홀로 나무를 심으며 마을을 지킨다. 그러던 어느 날 탈북자 최순희(서정)와 그의 아들 창호(신동호)가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한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 그의 집에 머무른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같이 나무를 심고, 소젖을 짜고, 마유주를 마시면서 가족처럼 그들의 삶을 지속한다. 

이야기는 지극히 건조하며 느리다. 더구나 사건 위주가 아니라 인물의 감성만을 쫓는 ‘길게 찍기’ 촬영인지라 건조한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더욱 황량하게 만든다. 대화도 서로 통하지 않는 공간에서 오직 감성으로만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 간다. 같이 나무를 심고, 장보기를 하고, 잠을 자면서 가장 기초적인 인간성의 복원관계인 ‘가족’의 형태를 띠어간다.


그러면서도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겹쳐진다. 떠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그들은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항가이는 순희 모자를 “멀리서 온 손님”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 타인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라는 한 울타리로 들어서는 순간, 이들에게 언어의 단절이나 외로움은 치유될 수 있는 하잘것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초원도 보호를 받는데 우리도 보호를 받아야 되잖아요”라는 창호의 말은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없는 안전한 곳에 살고픈 소년의 애달픔이 녹아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인물의 움직임을 기다려주고 인물이 화면 밖으로 나가면 조용히 따라간다. 좌우로 카메라만 이동하면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제3자의 시선으로 관찰한다. 어느덧 낯선 관계는 시간과 침묵을 얹고 소통의 부재를 허물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처럼 인간에 대한 초점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는다. ‘산다는 것’의 영속성은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나무를 심어서 초원을 살리겠다는 남자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희망이 사라진 곳에 살 수 없음을 알기에 그 남자의 나무심기는 영속성을 지닌다. 또 다시 먼 길을 떠나는 모자는 저 너머 희망이 있으리라는 것을 믿기에 묵묵히 걸어간다. 11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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