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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비파나무 꽃 피다

by 내오랜꿈 201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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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나무는 일본이나 중국 남부 지방이 원산지라 한다. 아열대성 상록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나 전남 남부 해안지방에서만 소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아직 재배 면적이 넓지 않아서인지 비파는 그리 많이 알려진 과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파나무의 여러 가지 효능이 알려지면서 점점 대중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  비파나무. 현재 8년생 아니면 9년생으로 추정된다.


우리 집 마당 한 귀퉁이에 비파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사올 때부터 심어져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무슨 나무인지도 몰랐다. 그 당시에는 크기도 작았을 뿐더러 나무나 잎의 생김새도 그리 호감이 가지 않아 보였기에 뽑아버리고 다른 나무를 심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이게 비파나무란 걸 알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열매 하나 맺지 않은 채로 조금씩 자신의 덩치만 키워가더니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워 열매를 보여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꽃은 작년 11월경에 피었을텐데 모르고 있다가 올해 3월이 되어서야 열매가 맺힌 걸 발견했던 것. 전년도 11월경에 꽃을 피워 겨울을 나고 이듬해 6월경에 노랗게 익는 비파 열매. 다른 과실들과는 조금 다른 생명 사이클을 보여주는 나무다.



▲  5월 중순의 비파 열매


▲  6월 25일 수확한 비파 열매


이 비파는 기후조건이나 토질 상태에 따라 수확량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 5도 이상으로 내려가는 날이 많으면 열매가 거의 맺히지 않고 같은 지역이라도 동남향이나 남향의 밭에 심어 일조량이 충분하도록 해주어야 수확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비파는 열매뿐만 아니라 잎이나 가지도 약용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자료를 찾아 보면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소개되어 있다. 중국 속담에 '집 안에 비파나무 하나만 있으면 의원이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설마 그럴까마는 그만큼 효능이 뛰어나다는 말일텐데 솔직히 곧이곧대로 믿기지는 않는다.




▲  비파나무에 꽃이 피다


오늘 아침에 비파나무 잎을 땄다. 일부는 발효효소로 담고 일부는 술을 담을 생각이다. 잎을 따다 보니 꽃이 피어 있는 걸 발견했다. 10월말이나 11월초면 피기 시작하는데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 꽃 한 무더기에 부처손처럼 생긴 송이가 여러 개 달리는 구조다. 손가락 같은 마디 하나마다 열매가 맺힌다. 이 송이 하나면 스무 개 가까운 비파 열매가 달리는 것.



▲  비파잎 뒷면의 솜털


비파잎은 이런저런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한 가지 귀찮은 점이 있다. 사진에서 보이듯 잎의 뒷면에 나 있는 솜털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 이 솜털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천식 환자나 기관지가 예민한 사람한테는 아주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발효효소를 담든 술을 담든 이 솜털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찮다. 단순히 털거나 물에 씻는다고 그냥 제거되지가 않는 것이다. 잎 하나하나를 들고 일일히 솔로 문질러 주어야 한다.




컨테이너 박스로 세 박스 정도 땄는데, 이 많은 걸 언제 다 제거한단 말인가. 일단 큰 고무통에 담아 물을 넣어 불리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다음 칫솔을 가지고 잎 뒷면을 하나하나 문지른다. 달리 이보다 나은 방법을 알지 못한다. 정말 단순노동의 극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농사란 게 아무리 과학적 지식과 첨단 시설을 갖추고 짓는다 해도 그 과정의 대부분은 사람의 손이 필요한 단순노동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농사꾼이 단순노동이라고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 삼아도 비파잎 솜털 제거 작업은 정말이지 꾀가 나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기관지도 좋은데, 혹시 모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이 작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주인의 이 복잡미묘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이와 삼순이는 햇볕 그득한 현관 앞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다. 저놈들을 그냥...


아마도 여러 날 이 비파잎과 씨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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