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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마늘 파종

by 내오랜꿈 2014.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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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텃밭의 마늘 파종 시기는 해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12월초 전후다. 10월말이나 11월초에 파종을 해본 적도 있지만 고흥의 경우는 한 달이라는 파종시기의 길고 짧음을 가지고 수확할 때 그렇게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물론 정밀하게 마늘통의 굵기라든가 무게를 재어본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자가 소비를 전제로 하는 농사인지라 조금 더 굵고 아니고의 차이는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



▲ 지난 9월 하순에 파종한 옆집 농가의 마늘 모습. 이미 잎이 우거져 있다. 나란히 있는 우리 집 텃밭에는 이제 마늘을 파종하는데...


매년 11월말이나 12월초에 파종하다 보니 주변 농가보다는 거의 두 달 이상이 늦는 셈이다. 그래서 내가 마늘을 파종할 즈음 주변 마늘밭의 모습은 싹이 난 정도가 아니라 마늘잎이 너풀거리고 있다. 아무리 일찍 심어봐야 마늘의 인편분화기는 3월말(난지형 마늘의 경우는 2월말)부터, 인편비대기는 5월 중·하순(난지형은 4월 중·하순)인 건 불변인데 나로서는 월동 전에 마늘을 이렇게 키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인편분화기:마늘 쪽이 나눠지기 시작하는 시기, 인편비대기:나눠진 쪽이 굵어지는 시기)




▲ 매실발효 희석액(100배)에 씨마늘 침지 하기. 아래 왼쪽이 남도마늘인데 이미 초록색의 발아엽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6쪽마늘은 아직 발아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고추를 일찍 마무리한 터라(10월 9일경) 마음만 먹었으면 10월에도 마늘 파종이 가능했지만 내 생각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사실 마늘 파종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를 나는 조금이라도 일찍 수확해서 높은 가격을 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확신하고 있기에 나까지 여기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수확한 뒤 갈무리해 둔 씨마늘을 고를려고 보니 6쪽 마늘은 충분한데 남도마늘이 보이지 않는다. 아뿔사! 그제서야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식탁에 오르는 생마늘을 열심히 먹어 왔었는데 그게 생각해보니 대부분 남도마늘이었다. 애초에 6쪽마늘은 열 묶음 정도를, 남도마늘은 장아찌를 담고 남은 세 묶음만 남겨 두었다. 창고 안에서 가로지르는 줄을 달아 한쪽은 남도마늘을 다른 한쪽은 6쪽 마늘을 매달아 두면서 아내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아내는 많이 매달려 있는 6쪽마늘은 손도 안 대고 남도마늘만 계속 가져왔던 것이다. 그 결과 씨마늘 할 것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물론 아내에게도 나름 합당한 이유는 있었다. 남도마늘은 6쪽마늘에 비해 '싹'(전문용어로는 '발아엽'이라 한다)이 빨리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먹어치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씨마늘도 안 남기고 먹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다 끌어모아 보니 온전히 남은 남도마늘 통이 십여 개 뿐이다.



▲ 매실발효 희석액(100배)에 침지한 씨마늘을 채반에 건져서 하루 정도 물기를 말린다. 이 과정에서 대분분의 인편에서 실뿌리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전문농가에서는 마늘을 심기 전에 씨마늘을 약제에 소독하는데, 나는 씨마늘을 따로 소독하지 않는다. 다만 매실발효액을 희석한(100배) 물에 두어 시간 침지한다. 유기농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매실발효액이 씨마늘을 소독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나 과학적 데이타를 가지고 분석한 것이 아닌 이상 함부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매실발효액이 무슨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다만 소독 효과는 모르겠지만 매실발효액의 당분이 씨마늘 인편에 흡수되기 때문에 발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건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침지한 씨마늘을 채반에 건져 하루 정도 놔두면 대부분의 인편에서 실뿌리가 자라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정도만 해도 매실발효 희석액에 침지한 효과는 충분한 것 같다.



▲ 11월 20~22일, 6쪽 마늘 파종. 파종골 간격은 15cm, 파종 간격은 10cm 정도. 아마도 고흥에서 가장 늦게 마늘 심는 곳이 우리 텃밭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나마 올해는 작년에 비해 1~2주 가량 빠른 편이다. 


지난 주말까지 며칠에 걸쳐 마늘 파종을 완료했다. 전부 1,800여 개 정도. 거의 대부분이 6쪽마늘이고 남도마늘은 150여 개나 될려나 모르겠다. 그조차 씨마늘로 쓰기에는 너무 작은 것도 있어서 제대로 된 마늘통 수확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잎마늘로 뽑아 먹을 수 있으면 만족해야 할 듯하다. 수확할 때까지 7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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