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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마늘, 양파밭 유기물 멀칭

by 내오랜꿈 201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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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에서 자가 퇴비를 만드는 것은 농사를 짓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유기농을 하는 농가는 화학비료야 당연히 안 쓰겠지만 공장형 퇴비 공장에서 만든 유기질 퇴비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공장형 유기질 퇴비는 대부분 건축현장이나 공장 등의 폐자재들을 가져와 목장 등에서 나오는 가축분뇨와 섞어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비소(As)나 크롬(Cr) 등의 중금속이 상당량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기농에서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기질 퇴비만 써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반 유기질 퇴비와 유기농 인증을 받은 퇴비의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정부 보조금이나 농협 지원금 등을 받았을 때 일반 유기질 퇴비의 가격은 20Kg 한 포대에 1,500~2,000원 사이지만 유기농 인증 퇴비는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받아도 최하 3,500원 전후다. 이러니 유기농 농가 입장에서는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몇십 포대가 아니라 몇백 포대씩 구입하는 게 예사이니 일이백 만원이 우습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유기농 농가의 양심에 맡겨두어야 할 문제일까?



▲ 콩깍지와 볏짚,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부숙시킨 퇴비


나의 경우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그 부산물들과 볏짚이나 왕겨 등을 구해 창고 한구석에 쌓아 퇴비를 만든다. 소금기를 뺀 음식물 쓰레기도 더해지고 오줌통에 모은 오줌도 더해지고 삼순이 봄이의 배설물도 더해져 겨우내 부숙시키는 것. 왕겨 같이 탄질율이 높아 잘 부숙되지 않는 것은 깻묵을 구해서 같이 섞어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왕겨는 비료로서의 역할보다는 작물로부터 도로 영양분을 빼앗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겨울철, 마늘이나 양파의 보온대책으로 많은 농가에서 왕겨로 피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왕겨를 넣기 전에 잘 부숙된 퇴비를 넣어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고 왕겨만으로 피복할 경우 마늘이나 양파가 자랄 때 질소 부족 현상을일으킬 수도 있다. 왕겨가 자신을 부숙시키기 위해 땅속으로부터 질소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마늘밭에 피복한 왕겨가 마늘을 수확할 때까지 그대로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왕겨는 탄질율이 높아 잘 썩지 않는 재료다. 물론 이것은 유기농 농가의 문제다. 요소 비료 팍팍 뿌려주는 관행농에서야 질소 부족을 걱정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우리 집 퇴비 창고가 올해는 작년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왕겨 대신에 콩깍지가 가득 차 있다. 작년까지는 왕겨를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길가에 버려지는 콩깍지를 보고선 올해는 왕겨를 구입하는 대신 버려지는 콩깍지를 수거해서 모으고 있는 것이다. 지난 번에 마늘이야기하면서 잠시 언급했지만 마늘의 이어짓기 작물은 밭의 경우 대부분 메주콩이다. 메주콩을 수확하고 타작한 뒤 나오는 콩깍지가 고흥의 도로가에 쌓여져 버려지고 있다. 작년에는 한겨울까지 도로가에 쌓여 있다가 고흥군의 청소차가 동원되어 처리하기도 했다. 옛날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리라. 볏짚이나 왕겨보다 훨씬 우수한 퇴비 재료가 길가에 쌓여져 버려지고 있는 현실. 오늘날 우리의 농업환경을 드러내는 민낯이다. 내 어릴 적만 하더라도 콩깍지는 소의 여물로 쓰이거나 불쏘시개 역할을 하다 재로 변하여 부추밭에 뿌려지곤 했다. 그런 콩깍지가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는 것. 덕분에 나 같이 자그마한 텃밭 가꾸는 사람한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양파밭에 콩깍지 퇴비 멀칭


가을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기에 지난 일요일부터 양파밭과 마늘밭에 유기질 퇴비로 멀칭을 했다. 아직 날씨는 따뜻하지만 한겨울 보온대책도 겸하여 이불을 덮어준 것. 왕겨처럼 바람에 날릴 염려도 없고 부숙도 잘 될테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양파나 마늘은 내한성이 강한 작물이라 그렇게 큰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멀칭을 하지 않으면 다 얼어죽는 것처럼 인식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비닐로 피복한 다음 그 위에 왕겨까지 덮어주기도 하는 모습들을 더러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다. 웬만해선 남부해안 지방에서 피복을 하지 않는다고 얼어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중부내륙 지방의 경우 혹한기에는 영하 15도까지 내려가기도 할텐데, 양파나 마늘의 경우 급작스런 기온 급강하(예컨대 인위적으로 급강하시키는 경우)로 인해 세포막이 동결되어 파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영하 20도 정도까지는 견디는 작물이다. 


그럼에도 윗지방의 경우 가끔 겨울에 양파가 많이 얼어죽었다는 글들을 블로그나 까페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살펴 보면 대부분 양파를 심고 뿌리가 제대로 활착되기도 전에 왕겨를 넣고 비닐을 덮어씌워버리는 걸 볼 수 있다. 과연 이 양파가 그 비닐 안에서 왕겨가 부숙되면서 내는 유해가스를 견딜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비닐을 덮어씌우지 말고 왕겨로만 멀칭하고 양파가 햋빛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비닐로 완전히 덮어씌운 경우 얼어죽은 게 아니라 유해가스 중독으로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



▲ 마늘, 양파밭 유기물 멀칭한 모습


내 텃밭의 경우 멀칭은 사실 보온대책이라기보다는 바람이나 비에 흙이나 영양분이 유실되는 걸 방지하고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에 중점을 둔 것이다. 더불어 잡초가 좀 덜 나기도 하니까 안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이제 텃밭에서 크게 해야 할 일은 없는 것 같다. 내년 봄에 마늘, 양파에 웃거름을 줄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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