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대부분 영상으로 올라가긴 하지만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열흘 정도 계속되고 있다. 바닷가 아니랄까봐 바람도 자주 심술을 부린다.
▲ 파종 한 달째 마늘, 양파 모습
마늘, 양파 심은 지 한 달째다. 모종을 옮겨심은 양파는 자랐다기보다는 뿌리가 활착하느라 애쓴 시간이리라. 콩깍지나 작물 잔사를 잘라서 덮어준 게 보온대책의 전부다. 마늘은 싹이 나 잎이 분화하고 있다. 파종한 직후 날씨가 너무 온화했던 까닭에 예상보다 싹이 열흘 정도 일찍 난 덕분이다.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마다 한 마디씩 하신다. '마늘을 늦게 심었다'고. 매년 똑같은 소리다.
▲ 파종한 지 세 달된 마늘
나보다 두 달 먼저 파종한 옆집의 마늘밭이다. 그나마 이 밭은 자가 소비를 주목적으로 하는 농사인지라 마늘 전업농에 비하면 많이 자란 것도 아닌 편이다. 이런 마늘을 보다가 내 밭의 마늘을 보니 동네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이리라. 10월, 11월에 멀쩡한 밭을 놀리다가 11월말에야 파종해서 겨우 싹만 틔워 추운 겨울을 나는 게.
조금이라도 일찍 심어야 조금이라도 더 굵어진다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생각이 다르면 각자 다른 길을 가는 게 정답이다. 마늘 굵어지는 건 일찍 심느냐 늦게 심느냐가 아니라 인편분화기 및 인편비대기인 3, 4, 5월의 일조량과 수분, 영양 공급에 달려있다는 건 이미 전북농업기술원이나 농촌진흥청 연구에서 과학적으로 밝혀 놓은 사실이다. 이걸 아는 대규모 마늘 재배단지에서 3, 4월에 너무 많은 웃거름과 수분을 공급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렇게 굵어진 어린애 주먹만한 마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요즈음 전국 제일의 마늘 주산지로 떠오른 경남 창녕군의 경우 대부분 논마늘이고 농업기술센터나 마을작목반에서 공동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녕군의 경우 대서마늘 품종을 재배하면서도 파종 시기는 대부분 10월말에서 11월초 전후로 이루어진다. 그들-기술센터나 작목반-은 마늘의 생육주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흥이나 해남 장흥 신안 등 전라남도 해안가 지방에서 9월 중하순이나 10월초에 마늘을 파종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들 전라도 지역은 대부분 개별 농가 위주로 파종하고 관리한다. 이런 파종 시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의 대서마늘 수확 시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
▲ 파종 45일째인 완두콩
마늘 양파에 쏠린 관심의 틈바구니 속에서 완두콩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몸부림친다. 파종한 지 45일 정도다. 아마도 이 상태로 2월초까지는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봄파종 하면 이 고생 안 시켜도 되는데, 가을 파종이 봄파종보다는 수확량이 많기도 하고(전남농업기술센터의 실험으로는 30% 정도 증수된다고 한다), 한겨울에 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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