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파종하여 봄에 수확하는 마늘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뿌리 채소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장장 8개월을 달려온 것 같다. 그나마 손이 덜 가는 농사인지라 주말을 이용해 고흥과 진주를 오가며 정성 들여 가꾼 작물이다. 하지만 파종시기가 남들보다 한 달이나 늦었고, 알이 들어야 할 즈음에 봄가뭄이 심해서 저게 제대로 구실을 할런지 좀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파종이 늦은 만큼 수확 또한 늦었다. 다음 주부터 장마가 온다고 하기에 금요일 밤에 부랴부랴 진주로 갔다.
다음 날 무장을 하고 새벽부터 마늘을 캐기 시작한다. 하루 전에 비가 내려주어서인지 캐기가 한결 수월했다. 알이 굵어질 시기에 봄가뭄이 들어 하늘을 원망도 했지만 수확하는 이틀간 햇살이 쨍쨍하게 나주어 자연 건조에 도움을 주었으니 이만하면 '하늘도 내편'인가 싶어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일하기에는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더워서 혼쭐이 나고 있다. 수확하는 이틀간 밥은 잘 들어가지 않고 물 종류만 들이켰으니 오죽했으랴.
한 주 전에 수확했으면 딱 좋았을텐데, 일주일새 마늘대가 다소 약해진 것이 있어서 캐는데 줄기가 뚝뚝 끊겨 힘들다. 무엇이든 때를 놓치면 두 배, 세 배로 손이 가는 법.
얘는 남해 벌마늘인데, 크기는 고만고만 해도 밭마늘이라서 아주 단단하고 튼실하다.
얘는 저장성이 뛰어난 육쪽 마늘. 참하게 자랐다. 캐고 말려서 묶기에 정신없이 온 힘을 쏟느라 수확하는 장면을 찍을 엄두는 생각도 못했다. 수확은 수확대로 힘들고 운반 또한 진주에서 고흥까지 2시간을 마늘과 동석했더니 마늘냄새가 온몸에 배인 듯하다.
밭이 먼 거리에 있어서 물 한 번 못 주고 하늘에게 모든 것을 맡기다보니 알이 전반적으로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크기다. 반면 고흥집의 텃밭에 심은 마늘은 양이 적지만 때마다 주인의 손길이 닿아 이것보다 알이 조금 더 굵다.
비료 좀 주라는 주변 어른들의 충고를 한 귀로 흘리며,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은, 풀과 함께 자란 유기농 밭마늘이다. 이번 주는 마당에 잔뜩 부린 마늘을 날씨 사정에 따라 창고에 넣었다 뺐다, 하늘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내일과 모레 이틀 동안 날씨가 허락하는 대로 말린 마늘을 선별하고, 손질하여 택배 보낼 준비까지 마쳐야 한다. 시골에 들어와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작물을 길러봤지만, 아마도 제대로 돈 받고 판매하는 작물은 올해의 '마늘'이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