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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7월의 노지 고추

by 내오랜꿈 201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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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은 주인의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단지 수사적 표현만은 아닌 것 같다. 하나 하나 마음을 주고 돌봐도 될까말까 한데, 2주에 한 번 꼴로 주인의 손길이 닿으니 작물이 삐져도 할 말 없을 거 같다.

 

이번에는 중간에 일도 있고 하여 3주만에 진주밭을 찾았다. 풀들의 기세가 한창인 시기에 밭이 어떤 꼴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과실 나무를 심은 곳은 온갖 잡풀들이 사람 키만큼 자라 있고, 호박 구덩이를 놓은 언덕배기는 잡풀에 더해 잡목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늘 수확한 자리에는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었는데, 그새 바랭이가 온 밭을 점령하고 있다. 


방학과 동시에 조카를 데리고 영국으로 피서 간 처제는 아무래도 잿밥에 더 관심이 있어서인지 밭은 뒷전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저 풀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한여름에는 하루 종일 일 할 형편이 안 되니, 목표량을 정하기가 참 애매다다.

 



급한 곳부터 풀을 치기 위해 슥싹 슥싹 일단 낫부터 갈고 본다. 아무래도 나는 예초기보다는 원시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풀이나 벌레들에게 여름은 최고의 계절이다. 봄에 심은 어린 묘목들의 키를 훌쩍 넘기는 풀을 치면서 모기에게 어지간히 헌혈 당했다. 풀 때문에 들어갈 수도 없을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풀치기를 해 놓으니 너무 시원하다. 사람 키만큼 자란 풀을 눕혀 놓았으니 당분간은 좀 안심이다.




중부지방은 2주째 물난리인데, 이곳 진주는 2주째 비 한 방울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  그 덕에 물기라고는 아침이슬이 고작일 정도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고추의 기세가 형편없다. 안 그래도 넓게 잡은 고랑이 오솔길 수준이다. 이렇게 가뭄에 시달릴 줄 알았으면 평고랑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말라 죽은 고추가 3그루 정도 된다. 그나마 특별한 병이 없고, 노린재 마저 먹을 게 없다 싶은지 생각보다 극성이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고추밭은 몇 번 풀로 멀칭을 한 덕에 어느 정도 풀이 잡힌 모습이다. 헛고랑의 바랭이를 잘라서 다시 고랑에 올려준다.

 

토마토와 오이 또한 극심한 가뭄에 대부분 말라 죽고, 가지만 힘겹게 열매를 달고 있다. 웃지방의 물기를 조금만 아랫쪽에 뿌렸어도 좋은데 말이다. 

 

그에 반해 하루 차이를 두고 심은 고흥 텃밭의 고추는 주인의 애정을 듬뿍 받아 수세가 장난 아니다. 어떤 놈들은 내 키를 훌쩍 넘길 기세다. 더구나 작년까지만 해도 노린재 잡고 고춧잎에 알이 붙어 있나 확인 하는 것이 큰 일이었는데, 올해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살포하는 은행발효액 때문인지 노린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볏짚 썰어 둔 것을 바닥에 두텁게 깔았고, 수시로 잔디 깍은 잔여물을 고랑에 올리니 풀잡기와 수분 관리는 식은 죽 먹기다.




그기에다 마늘대나 껍질 등 마른 종류의 채소 부스러기는 다 갖다 올리는데, 금방 부식이 되기에 거름으로도 활용된다. 주변의 화학비료 준 밭과 상태를 비교하게 되는데, 질소질 거름을 많이 먹은 고춧잎은 푸르다 못해 검은 빛마저 감도는 검푸스럼한 색을 띠고 있다. 반면 우리 텃밭의 고춧잎은 그야말로 연초록색 잎을 지니고 있다. 이 상태로 간다면 80포기 심은 고흥 텃밭의 수확량이 250포기 심은 진주밭보다 더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변수는 늘 존재한다. 바로 날씨. 앞으로 큰 태풍만 없으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디, 태풍 오지 말라는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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