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세상

일왕의 생일파티?

by 내오랜꿈 2014. 12. 5.
728x90
반응형


광화문 네 거리에서 누군가 "김일성 만세!, 김정은 만세!"를 외친다. 제대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간다. '미친 놈!' 하며 한 마디 던져주고서... 그런데 극우 꼴통들이 나서서 그 누군가를 말리지 못해 안달이다.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당장 때려죽여야 한다'를 외치며. 그 꼴통들의 외침에 다수의 사람들이 화답한다. '그래, 처벌해야 해'


그렇게 자신감이 없나?


자기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대한민국이 광화문에서 '헛소리' 하는 인간 하나하나까지 처벌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어야 할 정도로 연약한 상태인가? 그런 '미친 놈'을 놔 두면 온 나라가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인간들로 넘쳐날까 두려워서 그런 것일까? 그 안쓰러운 열등감의 표출이라니...


일왕인지 지랄인지 한 호텔에서 생일파티를 한 모양이다. 관심 없으니 알지도 못 했는데 보수단체들이 시위를 하고 어쩌고 한 모양이다. 보수단체와 보수단체의 보수적 성향을 싫어하는 시민들이 만나는 공통분모는 바로 민족의식, 애국 뭐 이런 지점이다. 평소엔 보수단체가 하는 시위를 죄다 싫어했을 약간의 진보적 정치성향을 가진 시민들도 일왕의 생일파티 저지 시위 운운하는 부분에서 묘하게도 생각이 맞아떨어진다. 아, 그 잘난 민족의식. 


일왕에게 전범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 일왕의 죄 운운하기 전에 우리 죄부터 먼저 물어야 할 판이다. 생일파티 초대 받았다고 아무 거리낌 없이 가는 정치인들, 기업가들이 수백 명이라는 걸 보니. 중국이나 이스라엘 같으면 이런 생일파티 할 수가 있느냐? 만약 하면 그 호텔이 살아 남겠느냐 하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 우리 나라는 왜 가능할까? 우리 자신들이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참석해도 다음 선거에서 또 표 찍어주니까. 몇 년 전에도 일왕 생일파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명박의 친형 이상득을 비롯해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니 어쩌니 하면서. 그러면 뭐 하나? 그 정치인들 다음 선거에서 대부분 당선되었고 대통령은 여전히 한나라당 출신이다. 불쌍한 수준의 논리. 


보통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파티를 망친 아줌마가 있다며 친절하게 동영상까지 링크시켜 주는 열혈 좌파까지 있다. 문제는 여기서도 대한민국 좌파의 그 잘난 민족주의적 감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 이런 수준이니 시사만화 수준이 그 모양이지. 분노만 표출하면 모두가 시사만화인가? 묵히고 발효시킨 깊은 맛을 내지 못하는 김치 같은 즉자적 감정 표출형 시사만화.


제발 좀 아예 무시해버리는 '여유'를 가지자. '생일파티'를 하든 말든 놔 두고 그곳에 침석한 우리나라 정치인들, 연예인들이나 똑똑히 기억했다가 투표나 제대로 하고 그 연예인 나오는 프로그램 보지 않는 게 당신들이 할 일이다. 그 앞에서 '생쇼'를 하든 '지랄'을 하든 그건 골빈 보수단체들한테 맡겨도 충분하다. "김일성 만세" 외치는 미친 놈을 꼭 건드려야만 하는가? '미친 놈' 하며 눈길도 안 주고 가던 길 계속 가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이기는 길이다. 


새삼 라이히의 통찰력이 빛난다. 파시즘은 대중의 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 그 자발적 동의의 근간을 라이히는 '대중의 비합리적 성격구조'에서 찾았고, 그 비합리적 성격구조는 사회경제적인 억압 요인에 기인한다고 했다. 따지고 들면 어려운 말 투성이인데 현상을 보면 간단하다. 자신들이 만든 공동의 적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조건적인 배설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러므로 지도자의 할 일이란 가상의 적만 설정해 주면 된다. '유대인이 나쁜 놈이다' 같이. 실제로 나찌즘의 광풍은 게르만 민족주의가 그 일차적 원인이다. '나'와 '너'를 구분하고, '우리'를 만들어 '너'와 구분하고 '우리'가 아닌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하는 공격지향적 민족감정. 그 민족주의는 너무나 허망하게 수백만 명을 홀로코스트의 비극으로 몰고 갔다. 


언제라도 '자발적 동의'에 몸을 담글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중생들은 그렇다 치고 열혈좌파 '직썰' 씨는 왜 이런 민족감정 표출 코스푸레에 동참했을까? 수많은 중생들의 십 원 짜리 배설 욕망과 함께하고파서였을까? 혹시 자랑스런 '역사의식의 발로'? 이 코스푸레에 동참한 보수단체들의 역사의식은 어떠할까? 그들과 공유한 역사의식, 퍽이나 자랑스럽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