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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세상

누구를 위한 농협인가

by 내오랜꿈 201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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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서히 봄모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우리 밭의 경우 고추, 토마토,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파하기 때문에 아직은 파종시기가 조금 이른 편이다. 하지만 모종을 키우는데 한 달 이상 걸리는 양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경우는 지금 파종해야 3월 중순경에 옮겨 심을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주부터 파종을 준비했는데 하필이면 상토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농협에 가니 고추 모종 준비하는 시기인데도 상토가 없단다. 언제 들어오냐고 하니 지금 주문하면 다음 주, 그러니까 2월 초에는 상토가 들어온단다. 어제 아내더러 퇴근하는 길에 농협에 들러 상토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농협 경제사업장이 아내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맞은 편이기에.




어제 저녁, 집에 온 아내는 농협 직원이 엄청 친절하더라며 차 트렁크에 상토가 있다고 하면서 현관을 들어선다. 밖으로 나가 트렁크를 열고 상토를 내리려다 상토 포대에 찍힌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헐~, 2012년 9월 21일. 이건 아무리 봐도 제조일자다. 2015년에 2012년에 만들어진 상토를 파는 농협. 이것들이 제정신일까? 아내에게 농협 직원이 어떻게 친절하더냐고 물었다. 아내의 말인즉슨 이렇다.


상토를 파는 직원이 말하길 '상토는 발아문제가 있어서 항상 해마다 새로이 공급받아서 판매하기에 없을 때가 많다. 상토는 잘못 사용하면 발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느냐'고 했단다. 그래서 남편이 해마다 모종을 키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다. 아마도 농부 같지 않은 옷차림새의 아내 모습에 그랬으리라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냥 들으면 정말 아주 친절한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 직원이 판 상토가 2012년 9월에 만들어진 상토라면? 모르고 팔았다면 모르되 알고 팔았다면 이건 완전 '사기꾼'의 수법 아닌가? 혹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면피용 발언을 덧붙인.




이뿐 아니다. 상토 포대 한 귀퉁이는 찢어진 곳을 투명 유리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어이없다. 과연 농협 직원은 이걸 알고 팔았을까 모르고 팔았을까? 직접 차 트렁크에 실어주기까지 했다는데 정말 몰랐을까? 어쨌거나 어제 저녁에는 내일 교환하자는 정도로 마무리.


오늘 오전,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농협 직원이 자기들도 몰랐다고 하면서 환불해 주더라고. 열 받아서 농협 경제사업장에 전화해서 따졌다. '상토 새로 들어왔다면서 교환해 주면 되지 왜 환불하느냐'고. 그랬더니 그 직원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오후에 오면 새로 구입 가능하단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 공급업체한테 급하게 5포대만 가져오라고 했단다. 또 헐~이다. 왜 5포대일까? 농협에서 한번에 5포대만 구입할 리가 있을까?


요즈음 농협을 비롯한 각종 협동조합 조합장 선거가 한창이다. 이번 선거부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여 치뤄진다고 한다. 조합장 선거가 얼마나 부패가 심했으면 이랬을까? 조금 규모가 큰 농협의 경우 '15억 당선 10억 낙선, 인당 50만 원은 기본'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조합장 선거는 '돈봉투판'이었다.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돈 들여 당선된 조합장이 하는 일이 과연 농민의 이익을 위한 일일까? 본전 찾는 일일까? 농협에서 파는 물품 가운데 상당수가 시중보다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요지경 세상, 요지경 농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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