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세상

결국 질식당한 MBC 시사교양국

by 내오랜꿈 2014. 11. 12.
728x90
반응형



누가 그랬다. 요즘 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고.


"고문 빼고 다 한다."


'80년대와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것에는 관심 없다. 제 입에 들어가는 밥의 질과 양이 80년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도 9시 뉴스를 신뢰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객선이 침몰했다거나 지붕이 무너졌다거나 펜션에 불이 나서 누가 죽었다는 '팩트' 외엔 들을 게 없는 뉴스 일색이다. 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나 PD는 농촌체험 프로그램 연수로 보내버리는 세상이다. 아니 그전에 기자라는 인간들이 상당수 제 입에 들어가는 밥만 생각하는 인간들로 채워지고 있는 세상이다.


물론 이건 나의 생각이고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건 삶의 가치에 대한 판단기준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다른 걸 같은 것처럼 보일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아래는 소설가 김훈이 주간지 데스크를 그만두고 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들어가 현장취재 하던 시절 썼던 짧은 칼럼이다. 기자 글쓰기의 전형이라 불러도 좋을 명문으로 평가받는다.


"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전경들이 점심을 먹는다. 외국 대사관 담 밑에서, 시위군중과 대치하고 있는 광장에서, 전경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밥을 먹는다. 닭장차 옆에 비닐로 포장을 치고 그 속에 들어가서 먹는다. 된장국과 깍두기와 졸인 생선 한 토막이 담긴 식판을 끼고 두 줄로 앉아서 밥을 먹는다. 다 먹으면 신병들이 식판을 챙겨서 차에 싣고 잔반통을 치운다. 


시위군중들도 점심을 먹는다.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준비해온 도시락이나 배달시킨 자장면을 먹는다. 전경들이 가방을 들고 온 배달원의 길을 열어준다. 밥을 먹고있는 군중들의 둘레를 밥을 다 먹은 전경들과 밥을 아직 못 먹은 전경들이 교대로 둘러싼다.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한 거리의 식당에서 기자도 짬뽕으로 점심을 먹는다. 다 먹고나면 시위군중과 전경과 기자는 또 제가끔 일을 시작한다.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시위현장의 점심시간은 문득 고요하고 평화롭다. 


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시위군중의 밥과 전경의 밥과 기자의 밥은 다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밥의 개별성과 밥의 보편성은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밥이 그러할 것이다."


그 밥이, 개별성과 보편성이 동일하다던 그 밥이, 결코 동일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


결국 질식당한 MBC 시사교양국

[언론포커스] MBC 교양제작국 해체를 애도하는 작가의 글


출처:<미디어 오늘(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996)>

입력 : 2014-11-12     

정재홍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 | media@mediatoday.co.kr


2014년 10월, MBC 교양제작국이 해체되고 PD와 작가들은 예능, 사업팀, 시사제작국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로써 <인간시대>, <휴먼다큐 사랑>,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다큐스페셜>, <PD수첩> 등 숱한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시사교양국 체제가 종말을 맞았다.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이번 조직개편 등은 방송광고 매출 급감 및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양제작국이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조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교양제작국, 나아가 시사교양국 체제는 경쟁력을 잃고 수명이 다한 조직이었나? 지난 30년 동안 MBC의 공영성을 지켜온 조직, 그러나 이제는 쓰러진 MBC 시사교양국을 돌이켜 본다.


..........



"결국 질식당한 MBC 시사교양국" 내용 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