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에 봄이가 낳은 네 마리의 강아지 분양을 앞두고 노심초사 했더랬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쉽게 좋은 분들에게 분양시킬 수 있었다. 매번 옆동네 농장에 보내곤 했었는데, 어느 정도 자라다가는 하나 둘 사라지는 걸 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랫동안 키울 수 있는 주인을 찾아주자 싶어서 <곧은터>라는 농사 관련 카페에 분양한다는 글을 올려보았다.
그렇게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올렸던 것인데, 너무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자동차로 최소한 2시간에서 3시간 이상을 달려와서 강아지를 가져간 것이다. 전남 강진에서, 진도에서 그리고 전라북도 전주에서까지. 말이 쉽지 발바리 새끼 한 마리 가져가겠다고 몇 시간을 달려 오시다니... 강아지를 가져가면서 다들 고맙다고 그러시는데 오히려 내가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냥 오셔서 가져가라고 했는데도 갖가지 농작물 씨앗에다 수확한 고구마를 비롯해 개사료나 생필품까지 챙겨주고 가셨던 것. 좋은 분들 만났으니 이놈들은 아무래도 복받은 놈들인 것 같다. 아무쪼록 건강하게들 자라기 바란다.
그렇게 세 마리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한 마리. 식사때만 되면 먹이통이 좁다고 서로 대가리를 들이밀며 난리를 쳤었는데, 덩그러니 남은 얼룩이 한 마리가 혼자서 쓸쓸히 밥을 먹는다. 이놈도 빨리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데,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제는 봄이와는 엄마와 자식 관계가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밖에만 나가면 주인의 사랑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몸짓들이 요란하다. 봄이와 삼순이만 있을 때보다 한층 더 경쟁이 격화되어 가는 것 같다.
어미와 떨어져 혼자 웅크리고 있는 걸 보면 애처롭기도 해서 키우고도 싶지만 이놈이 숫놈인지라 뒷감당이 안 될 터. 어디론가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점점 더 정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안 되면 농장이라도 보내는 수밖에. 불쌍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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