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 날씨가 초가을 같다. 한낮의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일찍 김장을 하고 가을걷이 마무리를 하는 등의 월동준비를 했더니만 날씨가 이렇게 나를 배반할 줄이야. 최근 열흘의 기온이 최저기온은 섭씨 10도 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고 최고기온은 20도 가까이 올라간 적도 있다. 항아리에 넣어서 실외에 보관한 배추김치와 동치미를 어이 하란 말인가? 김치냉장고는 꽉 차 있는데... 김장 하자마자 신김치 먹게 생겼다.ㅠㅠ
▲ 월동 춘채(유채), 이곳 날씨에는 유채를 겨울 내내 베어 먹을 수 있다.
▲ 다채(비타민채)
▲ 시금치
반면에 텃밭의 겨울채소들은 신이 났다. 유채와 비타민채라 불리는 다채는 벌써 베거나 뽑아 먹고 있고, 시금치도 먹어도 될 만큼 자랐다. 다만 겨울 시금치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살짝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맛이 들기에 아직은 지켜만 보고 있다.
▲ 11월 20~22일 사이에 파종한 한지형 마늘
마늘 또한 벌써 거의 대부분 싹이 났다. 파종한 지 이제 일주일째인데. 예상은 빨라도 12월 10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10월초면 몰라도 11월말에 파종한 마늘이 일주일 만에 모두 싹이 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12월초(2일)에 파종한 마늘이 12월말, 1월초가 되어서야 싹이 났었다. '봄날 하루가 가을날 열흘 맞잡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루 일찍 파종하는 게 차이가 크다곤 하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건 지금의 날씨가 그만큼 따뜻하고 습하다는 말이다. 가을비가 50mm 넘게 오기도 했으니...
농사는 이렇게 매번 다른 상황에 직면한다. 그래서 완벽한 모범답안은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말 점심. 텃밭의 채소들을 다듬어서 채소 잡채와 막걸리로 한 끼를 때운다. 양배추, 다채, 유채, 양파, 당근 그리고 어묵과 계란 만으로 만들어진 채소 잡채. 아무리 농사를 지어 자급한다 한들 늘 빈 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어묵과 계란, 당면은 사와야 하니까. 조만간 닭을 키우면 계란까지도 자급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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