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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먹거리

도토리묵이 만들어지기까지(2)

by 내오랜꿈 201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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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 달 동안 틈틈히 주운 도토리를 말리며 껍질 까기를 한 달여. 그냥 까는 것보다는 도토리를 물에 2~3일 담궈서 쓴맛이 나는 타닌 성분을 우려낸 다음 껍질을 까면 조금 수월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손으로 까야 하는 건 변함 없다. 껍질을 까지 않고 그냥 통채로 부수어서 전분을 우려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 경우 전분을 우려내고 남은 건더기는 버려야 한다. 하지만 수고스럽더라도 껍질을 까서 가루를 내면 전분을 우려낼 필요 없이 바로 묵을 쑤어도 되고 전분을 우려낼 경우 건더기는 시루떡이나 밥에 넣어 먹어도 된다. 그래서 우리는 껍질을 까서 빻기로 한 것.



▲  껍질을 까서 말리고 있는 도토리


그렇게 10월 한 달 동안 시간나는대로 껍질을 깐 도토리가 전부 12Kg 정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아마도 올 겨울 내내 도토리묵 파티를 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도토리를 빻으려고 방앗간에 알아 보니 방앗간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돌처럼 단단하게 말려서 가져오라고 하고, 어떤 곳은 약간 물기가 있어야 한다고 그러고, 어떤 곳은 절반으로 쪼개서 가져와야 한다고 그런다. 뭐가 그렇게 복잡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러 방앗간에 알아본 끝에 단단히 말린 상태로 그냥 가져오라는 곳을 선택했다. 가는 길에 김장에 쓸 고춧가루도 같이 빻기로 했다. 



▲  껍질을 까서 빻은 뽀얀 도토리 가루


지난 토요일, 모임이 있어 나가는 길에 들린 벌교의 어느 방앗간. 고춧가루 빻는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들렀는데 걸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다. 으깨는 기계를 거쳐 분말을 내는 기계에 들어가서는 '부지하세월'이다. 고춧가루를 다 빻고도 30여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뽀얀 가루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시커멓던 도토리가 이런 빛깔을 내다니. 주인 아주머니를 비롯해 곁에 있던 손님들이 감탄을 하며 쳐다본다. 껍질을 이렇게 깨끗하게 깐 도토리는 잘 만날 수 없는 모양이다. 다만 빻는 삯이 비싸다. 이만 원이 넘는 삯이 나갔다. 1Kg에 이천 원 정도. 



▲  도토리 가루를 물 4컵에 녹인 상태. 묵을 쑬 때 처음에는 쉬지 않고 저어주어야 한다.

▲  묵을 끓이다 숟가락을 꽂았을 때 넘어지지 않고 서 있으면 묵이 된 상태라 보면 된다.


주말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연습 삼아 묵을 쑤었다. 전분을 우려내지 않고 도토리 가루를 물에 녹여 그대로 묵을 쑤기로 했다. 비율은 도토리 한 컵에 물 5컵. 무게를 기준으로 하면 도토리 가루와 물의 비율을 1:7 정도로 하면 적당하다고들 그러는데 우리 집 저울에서 정밀하게 도토리 가루 무게를 재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대충 짐작으로 한 것이다. 




3~40분 정도 끓인 다음 그릇에 부어 식혀낸 도토리묵. 약간 말랑말랑하다. 아마도 도토리 가루 한 컵에 물 4컵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맛은 뭐 당연히 도토리묵 맛이다.^^ 타닌 성분이 남아 있어 약간 쌉싸름한 맛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찾아 보면 도토리묵이 무슨 만병통치약 비슷하다. 성인병에 좋고 특히 체내의 중금속 해독에 좋으며 피로회복, 숙취해소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단다. 세상에 안 좋은 식품이 어디 있겠는가? 적당히만 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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