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날짜를 떠올리고서 급히 창고에 들어가 정리를 시작했다. 매실주를 담은 게 지난 6월 25일.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매실씨에는 '시안배당체'라는 청산가리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매실씨가 알코올과 만나면 다량으로 배어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매실주를 담을 경우 가급적이면 90일 이내에 걸러내고 먹는 게 좋다(매실발효액은 청매보다는 황매로 담고 이 역시 100일 이내에 걸러내서 보관하는 게 좋다). 매실주를 걸러내면서 묵혀두었던 발효액들도 정리했다.
작년 11월 18일, 고춧대를 정리하면서 수확한 풋고추가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아까운 걸 버릴 수는 없고 해서 일부는 냉동실에 얼리고 나머지는 전부 고추발효액을 만들기로 했다. 10L 짜리 유리병으로 4개 정도 담았는데, 막상 따르고 나니 1.8L 페트병에 7개 정도 나온다.
마늘 역시 파종하고 남은 걸 발효액으로 담궜는데, 마늘은 고추보다 담은 양에 비해 더 적게 나온다. 18L 통에 가득 담궜지만 발효액은 1.8L 세 병. 아마도 파종할 때까지 보관하다 보니 수분이 많이 날아갔던 것 같다. 대신에 발효액의 빛깔은 진갈색으로 고추발효액보다 훨씬 진하다.
발효액을 따르고 남은 건더기를 버릴 수는 없다. 고추는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함께 단맛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조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액비통으로 직행이다. 바닷물과 빗물을 1:1로 섞어 두어 달 발효시키면 훌륭한 액비가 된다. 나의 경우, 월동 재배하는 마늘과 양파는 밑거름보다는 주로 이런 액비와 바닷물을 이용해서 키운다.
▲ 고추발효액(좌), 마늘발효액(가운데), 매실주(우)
▲ 왼쪽부터 포도주, 매실발효액, 오가피발효액, 매실발효액, 매실주, 마늘발효액, 고추발효액
이렇게 해서 창고 선반 한편에 1년 먹을 발효액이 쌓였다. 매실은 작년에 담은 게 남아 있어 올해는 매실주만 담았는데, 막상 보니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예년처럼 지인들한테 막 나눠주기는 힘들 것 같다. 길게는 10개월, 짧게는 3개월의 여정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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