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농사

김장배추 결구를 시작하다 - 석회 결핍증과 배추 무름병

by 내오랜꿈 2014. 10. 23.
728x90
반응형



김장배추 옮겨심은 지 49일째다. 자라는 모양새는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결구가 시작되었다. 김장배추는 보통 정식한 지 6~7주째부터 결구가 왕성하게 진행된다.




▲ 결구를 시작한 김장배추


결구가 시작된 뒤에는 배추 속을 헤집기가 힘들어진다. 지금까지는 배추벌레를 비롯한 갖가지 나방 애벌레를 잡기 위해 배추 구석구석을 뒤져 애벌레를 찾아냈지만 이제부터는 눈에 보이는 곳만 잡을 수 있는 것. 만약 결구가 진행된 배추 속에 애벌레가 들어앉아 있다면 이놈은 로또 맞은 셈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잘 움직이지 못 하고 한 곳에만 있을 확률도 있지만 지금 같은 날씨에 들어앉아 있다면 배추 한 통 작살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부디 그런 포기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 파종 7주차 무우


무우도 파종한 지 9주차부터 7주차까지 3차례에 걸쳐 파종했는데, 모두 알아서 잘 자라고 있다. 이 사진은 파종 7주차(9월 4일 파종) 무우다. 직경 7cm 전후 정도다. 배추는 열심히 벌레를 잡아 주고 있는데 무우는 완전 자유방임 상태다. 배추벌레도 보이고 달팽이도 보이는데 그냥 내버려 둔다. 경험상 우리 텃밭에서는 어릴 때 잡아 먹히지 않으면 대부분 스스로 알아서 극복해 낸다. 



▲ 석회결핍증 증상(사진은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서)

▲ 석회결핍증 증상을 보이는 김장배추


벌레가 달려들어 뜯어 먹는 것 외엔 지금까지 특별한 병해는 없었는데, 2~3주 전부터 배추 가운데 서너 포기 정도가 석회 결핍증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뽑아 없애버리려다 비온 뒤 부패하는 모습까지 찍기 위해 내버려 두었다. 석회 결핍증은 쉽게 찾아낼 수 있는데 위의 사진처럼 결구잎의 둘레가 안쪽으로 구부러지면서 하얗게 말라가는 증상을 보인다. 그러다 비가 오면 짓물러져 썩게 되어 속이 비게 된다. 아래 사진은 우리 텃밭의 배추인데, 지난 이틀 동안의 비에 누렇던 잎이 짓물러져 썩어가고 있다. 130여 포기의 배추 가운데 서너 포기에서 보이는 증상인데 우리 밭의 경우 토양산성화에 따른 피해가 거의 확실하다. 전작인 마늘에서도 약간의 증상이 나타났었다.


석회 결핍증은 토양산성화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꼭 석회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토양 속에 질소나 칼리 성분이 늘어나 길항작용으로 배추의 석회 흡수가 억제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밭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곧 석회가 부족한 상태인지 질소나 칼리질 비료를 너무 과다하게 시용한 게 아닌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석회 결핍증의 대부분은 건조한 토양에 과다 시비한 상태에서 온도가 낮아지고 수분 공급이 잘 되지 않으면 석회의 이동이 어려워져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 배추 무름병 발병한 모습. 석회 결핍증과 달리 배추 밑동에서부터 썩어 들어간다(사진은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서).


이 석회 결핍증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배추 무름병과의 상관관계다. 전문 농사꾼들조차 많이 오해하기도 하는데, 석회 결핍과 배추 무름병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아니다. 석회 결핍은 어디까지나 배추가 여러 가지 이유로 석회를 흡수하지 못해 생기는 생리장해 현상이다. 곧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배추 무름병은 병원균에 의해 발병하는 병해다. 이 둘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도 다를 뿐만 아니라 성격도 전혀 다른 것이다. 또 배추 무름병이 석회(칼슘) 결핍 때문에 발병하는 병도 아니다(물론 전혀 무관하기야 하랴만). 오히려 석회 결핍 때문에 발병하기 쉬운 병은 뿌리혹병, 곧 무사마귀병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뿌리혹병은 산성 토양에서 많이 발병하고 중성이나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발병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배추 무름병의 경우 산성 토양, 알칼리 토양 가릴 것 없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뿌리혹병의 경우 토양개량(산성토양-->중성 또는 알카리토양)으로 인해 발병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지만 배추 무름병의 경우 석회를 투입한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배추 무름병의 병원체인 'Pectobacterium carotovorum''이라는 병원균은 토양 산도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추 무름병이 발병한 밭은 콩과 작물로 2,3년 윤작한다든지 배추무름병 저항성 품종을 재배하든지 해야만 방제할 수 있다.





석화결핍증에 걸린 배추 때문에 며칠 동안 우리 집 식탁은 생배추와 배추 나물 잔치를 벌이게 됐다. 배추 무름병에 걸린 배추는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버려야 하지만 석회 결핍증을 보이는 배추는 증상이 보이는 부분만 떼어내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양배추도 먹어야 하는데 뜻하지 않게 생배추까지 억지로 먹게 생겼다.^^


그나저나 저 브로콜리는 언제 꽃이 필려나? 아직까지 덩치만 열심히 키우고 있다.


728x90
반응형

'살아가는 모습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추 뿌리 나누기  (0) 2014.11.19
겨울 채소들...  (0) 2014.11.03
양배추 첫 수확  (0) 2014.10.20
텃밭 객토 작업과 겨울 채소 파종  (0) 2014.10.17
고추를 정리하면서...  (0) 201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