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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고추를 정리하면서...

by 내오랜꿈 201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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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짓는 농사지만 해마다 다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다름을 하루하루 몸으로 느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쁨과 아쉬움의 순간이 교차할 때마다 일희일비 하기 마련이다.




9월 말까지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라던 고추가 9월 24~25일, 이틀 동안 내린 65mm의 가을비에 탄저가 번졌다. 여름에도 탄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식초나 난황유, 베이킹파우더 등으로 열심히 방제를 해준 덕분인지는 몰라도 고추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한여름의 그 습하고 무더운 날씨도 이겨냈는데 가을비 정도에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 나의 안이함을 탄저가 여지없이 파고든다. 



 

이런 나의 안이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가 온 지 일주일만에 고추밭이 탄저로 뒤덮였다. 식초나 베이킹파우더를 좀 칠 걸 하는 후회를 했을 때는 이미 게임이 끝난 상태. 농사는 이렇게 나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 하는 수 없이 작년보다 한 달이나 빠른 한글날 오전에 고춧대를 정리했다. 고춧대를 뽑으면서 보니 작년과는 너무 다르다.


작년엔 두 손으로 뽑기가 어려울 만큼 고추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 있었는데 올해는 한 손으로도 뽑힐 정도다. 이러니 병해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4월말 고추 모종을 정식했을 때 자라는 상태를 보고 뿌리내림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런 상태일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어떤 연유인지 대충 짐작 가는 바는 있지만 내년에 심을 때와 비교해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농사는 이래서 어렵다. 간단한 비교실험을 하는 것도 1년 단위로 해야 하니까.




나는 고춧대를 뽑고 아내는 고춧잎을 딴다. 다행히도 진딧물이나 노린재 알 같은 건 없어서 잎을 따는 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공휴일 오전이 후딱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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