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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양배추 첫 수확

by 내오랜꿈 201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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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직접 양배추를 가꾸어 먹는다는 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씨앗 파종에서 수확까지 최소한 4~5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른 대부분의 엽채류는 먼저 자라는 것부터 수확해서 먹거나 키우는 중간중간 솎아 먹을 수도 있는데 양배추나 브로콜리는 결구가 완료된 상태이거나 꽃이 피어야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작물에 비해 벌레들의 피해도 심하고 재배면적도 더 많이 차지한다. 그럼에도 양배추 키우기를 쉽게 포기하지 못 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10월 18일 첫 수확한 양배추


첫 번째는 맛 때문이다. 내 손으로 직접 키워서 먹는 양배추의 그 아삭아삭함과 고소한 맛은 마트에서 사 먹는 양배추와는 도저히 비교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관행농의 양배추 재배방식 때문이다. 양배추나 브로콜리는 대표적인 다비성(多肥性) 작물이다. 즉 깨끗하고 모양 좋은 양배추로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화학비료가 투입되어야 하고 그만큼 농약도 많이 쳐야 한다. 양배추의 경우 대부분 물에 씻지 않은 채 생식을 주로 하기에 이런 관행농의 재배방식이 미덥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대로 직접 키워서 먹을려고 하는데, 키우기가 만만찮은 작물인 것.



▲ 6월 25일 파종, 7월 25일 정식, 10월 18일의 양배추 모습


몇 년째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키우고 있지만 늘 실패작이었다. 10여 포기를 심어서 한두 포기밖에 수확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올해는 각각 12포기씩 심었는데 한 포기도 손실 없이 다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한꺼번에 수확해서 다 먹을 수 없을까를 염려해서인지 크기도 제각각으로 자라 주고 있다. 초기에 벌레들의 습격을 받아 자라지 못 하던 포기도 이제는 결구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 이 날씨면 11월말까지 먼저 자라는대로 수확해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양배추 첫 수확 기념으로 차린 일요일 점심상. 강된장을 만들어 양배추와 무웃잎, 치커리, 적겨자채로 차린 쌈밥이다. 두부와 막걸리를 빼면 사온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사실 욕심으로는 막걸리와 두부도 직접 만들어 먹고 싶은데, 그 힘든 과정으로 한 번에 만드는 양이 둘이서 먹기에는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겨울의 초입까지 우리 집 밥상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지나 배춧잎 나물이 추가되거나 가끔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류가 곁들여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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