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의 벼가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어느덧 9월말로 접어 들었다. 양파 모종을 준비해야 할 때다. 깜빡하면 놓치기 쉬운 게 양파 파종이다. 파종후 옮겨심기까지 최소한 50일 정도의 육묘 기간이 필요한데 바쁜 가을철에 자칫하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파종 준비를 했다. 집 뒷산의 부엽토를 조금 걷어와 스치로폴 박스에 채우고 그 위에는 3cm 두께로 상토를 덮었다. 상토로만 채우는 것보다는 영양분 공급이란 측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스치로폴 박스 파종과 함께 트레이포트 파종도 함께 하기로 했다. 105구, 128구 각각 하나씩. 남부지방은 대부분 육묘상에서 키운 뒤에 뽑아낸 다음 본밭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중부지방은 트레이포트에 육묘한 뒤에 옮겨 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양파의 경우 따뜻한 지방은 새 뿌리가 돋아난 다음 줄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지상부의 파란 줄기를 간직한 채 월동하는데 반해 추운 지역의 경우 지상부의 줄기는 시들어 없어지고 뿌리만 살아 땅속에서 월동한다. 이런 생존방법의 차이는 모종 키우는 방법 하고는 별 연관성은 없을 거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나 짐작되는 게 있다면 점점 대규모화 되고 있는 종묘사에서 대량으로 파종할 경우 트레이포트 파종은 어느 정도 자동화가 가능하기에 그런 것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다. 물론 이건 남부, 중부 지방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부 지방에서도 트레이포트 모종을 심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품종은 만생종인 대지황 양파. 양파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9개월 정도가 걸리는 긴 호흡의 작물이다. 파종토 준비를 마치고 스치로폴 박스에 줄을 그어가며 한 알씩 놓는 과정. 씨앗 간격을 2cm 정도로 유지할려면 상당한 인내를 요한다. 몇 년전, 양파씨 2,000 개 파종하면서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ㅠㅠ 오늘은 일단 800 개만 파종했다. 씨앗이 한 300여 개 남은 것 같은데, 다음 주에 추가 파종한 다음 자라는 속도를 비교해 봐야겠다.
양파 모종 키우기는 다른 작물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발아한 뒤에 파종상이 습하거나 관리를 잘못하면 모잘록병으로 쉽게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드디어 9개월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살아가는 모습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가지를 어찌하오리까 (0) | 2014.09.26 |
---|---|
김장배추 정식 20일째 - 너무 빨리 자라서 문제? (0) | 2014.09.25 |
유기농으로 김장채소 기르기 (0) | 2014.09.18 |
김장배추 정식 10일째 (0) | 2014.09.15 |
1차 파종 무우 솎음 완료 (0) | 2014.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