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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유기농으로 김장채소 기르기

by 내오랜꿈 201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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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의외로 벌레 때문에 김장배추 심는 걸 포기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얼마나 심하면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직접 가꾼 배추, 무우로 김장 담은 지 5년째인데, 벌레 때문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김장 못 할 정도였던 적은 없는 것 같다.



▲ 정식 2 주째인 김장배추


처음 2년 동안은 땅이 엉망인 상태라 그랬는지 배추통 크기가 애기 머리 만한 게 전부라 100포기 가량 절였는데, 김치냉장고의 저장용기 5개를 채우기 힘들었다. 노란 속도 별로 차지 않은 배추였지만 그래도 약 안 치고 비료 한 번 주지 않은 것들인지라 즐거운 마음으로 일년 내내 맛있게 먹었었다. 3년째부터는 제법 속도 차고 굵어졌지만 큰 만큼 벌레 잡느라 고생했던 것 같다. 아침마다 이슬 젖은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핀셋, 젓가락 등을 동원하여 온갖 종류의 벌레들을 잡아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으니까.



▲ 달팽이에게 물어 뜯겨 구멍이 숭숭 뚫린 김장배추


그러는 동안 텃밭에 유기물을 계속 공급해주면서 땅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5년차인 올해. 벌레 잡는다고 고생할 일이 없다, 아직까지는. 단지 달팽이가 설쳐대서 잡아내기는 하지만 얘네들은 배추벌레들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



▲ 막걸리, 맥주 등을 섞은 집충통


아직까지는 은행잎 발효액이라든가 난황유 같은 것도 한 번 치지 않았다. 다만 배추 포기 사이 군데군데 막걸리 통을 잘라서 막걸리와 맥주, 커피 등을 섞은 '나방집충통'을 설치해 묻어둔 정도다.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침마다 나방이나 파리 등이 들어가 죽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갑자기 배추벌레가 사라질 리는 없을 것이다.



▲ 파종 17일째인 김장무(3차 파종한 것)


나는 그 이유가 땅 속에 있지 않나 싶다. 5년 동안 화학비료를 생략한 채 풀이나 작물 잔사, 왕겨, 깻묵, 짚 등을 넣어준 덕분에 지금 우리 텃밭은 지렁이들의 천국이 되어 있다. 이 지렁이들이 구멍을 만들어 땅속 30cm까지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켜본 것 가운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 지렁이들의 개체수 말고는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없다. 



▲ 정식 55일째인 양배추와브로콜리


4~5년만에 일어난 변화다. 물론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언제 또 나방들이 알을 낳아 부화시킬지 모르기에. 하지만 어느 포기 하나 예외 없이 똑같이 자라는 거 보면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난 건 확실한 거 같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양배추나, 브로콜리, 케일 등은 심었다 하면 초반에 벌레들이 아작을 내는 통에 제대로 수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올해는 거의 다 통이 차고 꽃을 피워 수확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텃밭농사 지으시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벌레 겁난다고 무조건 포기 하지 말고 일단 심어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벌레한테 다 먹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여러 노력들을 해봄으로써 다음 해 농사를 위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 1년 살고 말 것 아니듯이 농사도 1년 짓고 말 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 벌레 잡는다고 생각하면서 농사지어야 한다. 농약 안 치고 기를 생각을 했으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한밤중에 후레쉬 들고 텃밭에 앉아 벌레 잡아본 적이 있어야 한다. 거세미나방 애벌레나 달팽이 등은 밤에만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유기농을 할려면. 한두 번 해보고 포기하면서 벌레탓 하는 건 솔직히 너무 편하게만 살려는 습성에서 나오는 안이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기에, 농사는 결과가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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