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겹도록 내리는 비다. 김장배추 포트 파종한 날이 8월 14일인데 그날부터 오늘까지 16일 동안 장마가 울고 갈 정도로 자주 비가 내렸다. 부산, 울산 지역처럼 폭우가 쏟아진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4일 빼고 모두 비가 내렸으니 그 축축하고 습한 기운이 온 집안을 감싸고 있다.
▲ 8월 14일 파종한 김장배추 모종
지난 8월 14일 파종한 김장배추 모종이다. 어제 저녁에 찍은 사진이니까 파종한 지 2주 지난 셈인데, 다음 주말 전에는 본밭에 옮겨 심어야 한다. 올해는 망사 모기장을 씌우지 않고 길렀는데 비도 오고 흐린 날씨 덕분인지 별다른 벌레들의 공격없이 의외로 깨끗하다.
▲ 8월 18일 파종한 김장무
김장무도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습한 날씨 덕분에 달팽이들이 이 가녀린 무우 잎에 달라붙어 구멍을 숭숭 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벼룩잎벌레 외엔 다른 벌레가 보이진 않지만 온전한 무우가 되기까지는 달팽이는 물론 청벌레, 배추벼룩, 메뚜기 등의 파상공세를 이겨내야 한다.
▲ 7월 25일 옮겨 심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 달팽이와 벼룩잎벌레
파종한 지 두 달 가까이 되어가는 양배추와 브로콜리. 어느 게 양배추고 어느 게 브로콜린지 헷갈린다. 아무려나 좀더 자라면 알게 되겠지만 참으로 수확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채소다. 특히나 초기 생육은 지겨우리만치 더디다. 이 더딘 생육을 더 더디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달팽이와 벼룩잎벌레다. 틈틈히 손으로 잡아주고 있지만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지들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는가.
▲ 7월 30일 옮겨 심은 다다기와 청오이
지금쯤 한창 따먹고 있어야 할 가을 오이들인데, 이제 겨우 열매를 맺고 있다. 여기에는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지난 6월 20일경에 열무 이랑 사이에 직파한 오이들이 잘 자라고 있었는데, 7월 중순에 아내가 열무를 쏚아내면서 호박인줄 알고 뽑아내 버렸다. 오이 하고 호박도 구별 못하냐고 아내를 타박했지만(사실 처음 싹이 나왔을 때는 초보자가 보아서는 구별하기 쉽지는 않다)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파종하는 수밖에. 그래서 이렇게 늦어져 버렸다. 아마도 한 열흘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두 사람이 먹기에는 감당불가능할 정도로 열리는 가지
토마토는 이미 끝이 났는데 가지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6포기에서 맺히는 열매는 두 사람이 먹기에는 이미 감당불가능이다. 그래서 틈틈히 썰어서 묵나물로 말리고 있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니 곰팡이가 쓸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제 가지는 생으로 먹기에는 점점 억세진다.
▲ 8월 13일 파종한 쪽파
쉬지 않고 내리는 비에 작물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유일하게 얘네들만 신난 것 같다. 보름만에 뽑아먹어도 좋을 정도로 자란 걸 보니까 말이다. 평균적인 간격보다 좀 베게 심었으니 이번 주말부터 조금씩 쏚아먹어야겠다.
▲ 무단침입자 청개구리
아침마다 텃밭에서 우리 부부를 제일 먼저 반기는 이는 아마도 개구리 종류가 아닐까 싶다. 청개구리는 고추나 가지 잎을 보금자리 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 사진 찍는 게 쉬운데 참개구리는 도무지 찍을 틈을 주지 않는다. 텃밭이 온통 지렁이와 민달팽이 천국이니까 참개구리들이 이것들을 잡아먹을려고 몰려들고 이 참개구리들을 잡아먹을려고 꽃뱀으로 불리는 유혈목이도 종종 몰려든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심심찮게 화려한 무늬의 뱀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이 뱀을 잡아먹는다면 이 좁은 공간에서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완성되는 셈인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뱀을 먹지는 않는다.^^
내일부터는 햇빛 좀 구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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