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농사

풀밭인지 깨밭인지...

by 내오랜꿈 2014. 8. 18.
728x90
반응형


주말마다 고흥-진주를 오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요즘은 길이 좋아져 빨리 달리면 1시간 40분 정도면 가능하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의 길이보다는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감이 더 크다.




도대체 이걸 작물을 경작하는 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불과 4주 전만 하더라도 참깨와 들깨가 사이 좋게 자라던 곳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4주만에 찾은 진주밭은 그야말로 풀밭으로 변하기 일보직전이다. 원래 이 밭은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돌보며 4남매를 키워낸 곳이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처제 혼자서 고향집을 지키며 돌보고 있는 곳인데, 혼자서는 죽도 밥도 안 될 거 같아 우리 부부가 한 달에 두어 번씩 오가며 손보고 있다. 



그나마 이 밭에서 가장 양호한 참깨밭


그래서 가을에는 마늘, 양파를, 봄에는 감자, 고구마, 들깨, 참깨 등 손이 비교적 덜 가는 작물들만 골라서 심고 있다. 월동작물인 마늘, 양파는 우리 부부의 손길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여름 작물의 경우 우리가 손보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처제가 어느 정도는 도와줘야 한다. 



이 들깨가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그런데 학교 선생인 처제는 방학만 되면 모든 걸 팽개치고 여행을 떠난다. 해외여행을. 나는 몇 번이고 겨울에는 모르겠지만 여름에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이번에도 프랑스로 날라버렸다. 3주씩이나.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지만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처음부터 농사 안 지을 거라고 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거 아닌가. 농사 짓는 사람이 어떻게 한여름에 3주씩이나 여행을 다닌단 말인가.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지만 그걸 무슨 방학 때마다 가야 하는 연례행사처럼 한다면 이미 그것은 '허영심의 발로'일 뿐이다.



이 밭에서 그냥 놔두어도 풀을 이겨내는 유일한 작물, 토란


지난 주 진주밭을 다녀오며 아내와 결국 싸웠다. 아내는 저 풀들을 내가 좀 정리해줬으면 하는데 난 기어이 손을 놓아버렸다. 곁에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도와줘야 가능하지 한 달에 한두 번씩 오는 우리가 아무리 해봐야 결과는 뻔한 것이다. 그래서 손도 안 대고 그냥 와버렸다.



 멧돼지들이 파헤쳐버린 고구마밭


농사는 마음으로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씨앗 뿌려 놓고 손 놓아버릴 바에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자식 낳아 놓고 돌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누군가는 여행을 일러 깨달음을 얻기 위해 떠나는 고행길이라고 했다.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다.


728x90
반응형

'살아가는 모습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 탄저 증상을 보이지만 버텨내고 있다.  (0) 2014.08.19
방 안으로 들어온 고추  (0) 2014.08.19
김장배추 파종  (0) 2014.08.14
쪽파 & 가을 당근 파종  (0) 2014.08.13
태양초 만들기  (0) 201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