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동물 기르기가 처음이라 그런지 교감이 남달라서 절대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다산의 여왕 삼순이. 우리와 함께 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이번이 세 번째 출산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삼순이 한 마리도 감정적인 부침이 큰 편이라서, 남편에게 삼순이가 동물을 키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갓난애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세 달 애정을 기울인 시간이 있어서 애틋한 새끼들이지만 젖을 뗄 시점이면 다른 주인을 찾아주게 됩니다. 첫 출산 때는 울산집에서 가까운 한 농장에 보냈고, 두 번째는 동네 아저씨의 농장에, 이번에는 어째야 할지 고민 중이었습니다. 가장 좋기로는 외로운 분에게 분양되어 사랑 받는 것인데, 동네의 노인분들은 당신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드니까 내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미나 새끼나 따듯한 화덕 안을 들락날락 해서 전체적으로 꾀죄죄한 편입니다. 두 달이 되었으니 움직임이 활발한 때이고 잇몸이 가려운지 닥치는대로 물어뜯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마당에 온전한 화초가 없지만 지네들끼리 오글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벤트가 적은 시골에서 웃음 포인트의 하나입니다. 더불어 지네 엄마 젖샘이 거의 말라서 우유랑 사료를 번갈아 주고 있는데, 얼마나 먹어대는지 하루에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모은 똥이 쓰레받기 한가득입니다.
이 아이는 네 마리 중 제일 못 생기고 약한데, 치대는 걸 싫어하는 삼순이도 내가 불을 지필 때 품으로 파고드는 이 아이에게만은 관대합니다.
오늘 동네 아저씨께서 강아지를 구하는 할머니가 계시다며 오셨습니다. 남편이 삼순이 혼자는 심심하다고 꼭 한 마리를 남겨두자며 찜한 아이가 이 녀석인데, 아저씨 눈에도 제일 예뻐보였나 봅니다. 간택된 아이를 데리고 떠나자, 남은 새끼들과 삼순이의 울음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을 모질게 가지지만 이런 일 겪는 거 무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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