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고흥에 놀러온 선배 부부와 함께 맛있는 것 먹고, 수다로 입운동 열심히 하는 사이 사흘간의 연휴가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계속 봄날처럼 따뜻하다가 체면 구기게스레 손님맞이 하려니 얼음이 얼 정도로 갑자기 추워졌지 뭡니까. 사뿐사뿐 거닐면서 '많이 포근해졌어. 뽀송뽀송 햇빛이 좋다'고 '광'을 팔았었는데, 이런 걸 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는 거겠죠.
밤에 저희집 마당에서 거금도 다리 불빛이 잡힐 듯 보입니다. 직선거리로는 그만큼 가까운 곳인데, 차로는 20여 분 정도를 가야 합니다. 2007년도 여름휴가를 이곳의 익금해수욕장에서 3박4일 동안 보냈었는데, 그때는 다리가 놓이기 전이라 녹동항에서 철부선을 타고 들어갔었죠. 연륙교가 놓임으로써 섬 아닌 섬이 점점 많아지네요. 그때만 해도 제가 고흥 군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더랬는데,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해안도로를 일주하면서 나들이 기분을 좀 냈습니다.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 눈부십니다. 땅에는 양파, 바다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체 모를 양식 농사가 펼쳐집니다. 미역, 다시마가 많이 난다고 들었기에 그 양식장이려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로를 따라 미역 말리는 풍경이 쭉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운짱이라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연휴 탓인지 적대봉을 찾은 등산객도 많았고, 녹동항에도 회 뜨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오랫만에 활기찬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었습니다. 복장이 불량이라 저희는 적대봉 약수터까지만 올라갔었는데, 조만간 도시락 싸들고 한 번 다녀와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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