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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개울 청소

by 내오랜꿈 201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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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쓰레기 처리가 참 골치입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대부분 묻어 버리거나 태우거나 갖다 버리거나 중 하나입니다.

 

집 앞에 담을 끼고 개울이 흐릅니다. 산기슭 저수지에서 가둔 물이 옆집과 우리집 앞을 통과하여 근처의 바다로 흘러 갑니다. 농사용수로 쓰이는 귀한 물이죠. 저수지에서 우리집까지 축사 같은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 좀 보태서 다슬기가 바닥에 까맣게 깔릴 정도로 많습니다. 옆집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옛날에는 바다에서 게와 갯장어도 올라오고 그랬다네요.

 

 


이 개울이 마을 들어가는 진입로에 있다 보니, 사람들이 생활 쓰레기를 당연시 하며 갖다 버려서 이 모양이었습니다. 저 쓰레기들이 비가 오면 어디로 갈까요. 고흥은 소위 말하는  청정지역인데 말이죠.

 

 


당장 보기가 남부끄러워서 날을 잡아 남편이 개울 청소에 나섰습니다. 돌과 풀 사이에 쓰레기가 걸려 있어서 일일이 손으로 치워야 합니다. 혼자 애쓰는 것이 안스러워 도와주겠다고 해도 깨진 유리와 사기가 있어서 다친다고 못 내려오게 합니다. 




물이 잘 내려가게 마른 풀도 최대한 걷어서 물길을 터줍니다.

 

뒷집, 옆집 할아버지께서 번갈아 지나가시며  "큰 물 오면 저절로 쓸려 가는데 뭐 하러 힘들게 애쓰냐'고 하십니다. 조심스러워서 그냥 운동 삼아 치운다고 말씀 드리고는 묵묵히 하던 일을 마저 합니다. 말씀대로 큰물이 오면 저 쓰레기는 다 바다로 흘러 들게 됩니다.   

 

 


자잘한 부스러기까지 치우기는 한계가 있었지만 한결 말끔해졌습니다. 한여름, 마당에 있으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아서 일부러 돋자리 깔고 차도 마시고 그랬습니다.  

  

이사 와서 첫 해에 그렇게 청소를 하고 깨끗해졌던 개울이 일 년 정도 집을 비우고 복귀하니 또다시 쓰레기로 눈살을 찌뿌리게 합니다.

 

날씨가 풀려 얼음도 녹았고 하여, 이번 주말에는 다른 일 제쳐놓고  개울 청소부터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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