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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해 없는 새해

by 내오랜꿈 201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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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다고 별다른 일상은 아니겠지만 남편과 술 한 잔을 하며 제야를 보내던 중 뜬금없이 새해 해돋이를 보자고 입을 모았다.  고흥에서 제일 유명한 해돋이 포인트는 남열해수욕장인데, 오며 가며 보니 그곳은 군 차원의 해맞이 행사가 있어서 아무래도 오가는 길이 막힐 것 같았다. 그래서 고흥을 쑤시고 다닌 지난 경험에 비추어 나로도의 덕흥마을 방면으로 가면 해를 볼 수 있을 듯 싶어서 그곳으로 방향을 정했다.

 

집에서 나로도까지 들어가는데 15분 정도 걸리므로, 늦어도 7시 10분쯤에는 출발해야 했다. 차 앞유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 얼어붙은 것을  긁어내고, 시야 확보를 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가는 동안 해가 떠버리면 얼마나 허무할까. 게다다 눈발이 하나씩 보일락 말락...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왕 나선 길이라 가보기로 했다.

 



나로도 대교를 건너 '포스코 패밀리 연수원'에 이르니 언덕에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많지는 않지만 해 맞으러 나온 사람의 무리에 섞여 보온병에 끓여 온 차를 나눠 마시며 해돋이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도 해는 도무지 제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쯤은 분명 해가 뜨고도 남을 시간. 하늘은 잔뜩 찌뿌려 있고, 해가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팀 두 팀 떠나기에 우리도 돌아 나왔다.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꼭 이런 사단이....

 



중간 쯤 오니 해가 나오기는 했는데, 한가운데는 아니지만 이미 중천이지 않는가.

 



게다가 우리 동네 도착하니 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식사시간 조금 넘겼다고 배 고프다며 야단인 남편. 떡가래가 있어서 곰국에 풍덩 투척하여 간단히 한그릇 했다. 도시에서는 원래 아침을 안 먹는 습관 탓에 거르는 것이 당연시 되었었는데, 촌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부터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 먹게 되었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많으니까 자연스레 그리 된다.

 

어렸을 때는 더디 가는 시간에 답답한 적도 있었건만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시간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싶을 만큼 가속이라도 붙었는지 빠르게 빠르게 흐른다. 그럴수록 더 의미있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에 하는 것 없이 마음만 바빠지는 것 같다.  모쪼록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한 해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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