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일상

농사는 하늘도 도와져야...

by 내오랜꿈 2011. 8. 24.
728x90
반응형


비! 비! 비! 비! 비! 

주간 날씨 예보를 보고 있노라면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바람은 분명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기는데, 햇빛은 구름 뒤에 꼭꼭 숨어서 통 소식이 없다.

 

모든 일을 접고 고추 말리기에 전념하고 있는데, 결과는 최악이다. 보일러, 선풍기, 전기장판 등이 모두 동원되고 집안 대부분의 영역을 고추에게 내주었건만 워낙 습해서 별 효과가 나지 않는다. 고추 생각만 하면 이러다 정말 사람 버리겠다 싶을 만큼 우울해지고, 화가 나기도 했다. 실컷 잘 키워서는 날씨 때문에 썩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먹을 만큼만, 김장 할 만큼만, 고추장 담을 만큼만 건져도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마음 먹기로 했다. 벌써부터 건고추 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폭등 했다고 한다. 날씨가 이래서야 '태양초'라는 게 있을까 싶다.




창문으로 하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는데, 건너편 동네 형님네는 얼마전부터 병든 고추나무를 뽑아 정리하고 있다. 올해 3,000 포기 심었다는데 그걸 다 망쳤으니 내 가슴이 다 아픈 것 같다. 하나도 수확하지 못하고 모조리 뽑아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렇듯 토양소독제를 뿌리고 화학비료를 준 땅에 비닐 멀칭까지 해서 심은 고추는 한 번  병이 오면 거의 전멸이다. 아마도 땅 속의 유익한 미생물까지 죽어버려 작물 스스로의 방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농사는 사람의 정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하늘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임을 첫 고추농사를 통해서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


728x90
반응형

'살아가는 모습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설거지  (0) 2013.08.18
감서리  (0) 2011.10.31
삼순이, 쥐를 잡다  (0) 2011.08.22
6월의 순천만 갈대밭 모습  (0) 2009.06.12
“쌀 떨어졌다."  (0)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