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간, 우리 부부는 친정집 김장을 앞두고 사골을 끓이기 위해 화덕에 밤새도록 장작불을 피우고, 배추를 뽑아 절이는 등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야밤에 툭탁거렸으니 뒷집 옆집 어르신들이 '쟈들은 잠 안자고 뭐한디야~' 했을 것 같습니다.
배추는 140포기 중 우리 김장 할 것을 남겨두고 70포기를 뽑아서 절였습니다. 말이 70포기지 알이 안차서 고작 이정도 양밖에 안됩니다. 절이고 보니 소소 하네요. 세 집 김장으로는 아무래도 모자랄 것 같아서 포기 좋은 20개 정도를 동생들에게 부탁했는데, 다행스럽게 막내동생이 다니는 연구소의 청소하시는 이모님께 구해서 보태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배추를 기르면서 수시로 매실 액기스와 바닷물 희석액을 살포해 준 덕분인지 배추벌레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대신 달팽이가 기승이었지요. 낮에는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이슬내리는 싯점에 식사하기 위해 배추잎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팽이를 잡으러 밤마다 후래쉬를 들고 배추 사이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가끔 밤운동 나온 동네분들이 지나가시면서 약 한번 치면 끝나는데 괜한 고생한다고 한마디들 하셨댔죠.
우리 부부는 그다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닌데, 동생들 몸보신 시켜주려고 사골뼈 사서 고았습니다. 제가 드러렁 코 골며 자는 시간에 이틀간 새벽 세 시까지 기름 걷어내며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형부표 진한 사골국' 입니다. 가스불에 끓인 것과 비교 안 될 정도로 깨끗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두번에 걸쳐 사골국을 끓이느라 땔감은 확 줄었지만 내년 텃밭에 쓰일 재는 많이 모아졌네요.
이렇게 밤잠을 아껴 절인 배추와 사골국, 보쌈거리, 선물 받은 고흥산 생굴을 챙겨들고, 친정집 가서 김장 해주고 왔습니다. 사실 오랜 직장생활로 살림을 거의 안 살아서 김장은 저에게 크나큰 대사인데, 무사히 마치고 나니 뿌듯하네요. 그리고 입맛이 까다로운 조카가 맛있다고 해주니 실폐작은 아닌듯 합니다.
이제 우리 김장이 남았습니다. 배추 들고 왔다갔다 하는 것이 귀찮아 우리집 김장은 한 주 미뤘거든요. 절이고 씻는 것까지는 남편이 해줄테고, 자잘한 포기들 혼자서 버무릴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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