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까지만 해도 새싹이 노르스름하게 숨죽이고 있던 마늘이 어느새 초록빛이 완연합니다. 유난스레 추웠던 지난 겨울, 모진 추위를 잘 견디고 이쁘게도 올라왔네요. 그래서 감자 심을 때도 되고 마늘,양파 웃거름도 줄 겸하여 지난 주말 진주를 다녀 왔습니다.
작년엔 동생 혼자서 그야말로 텃밭 수준의 작물만 심었던 터라 두 사람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의 퇴비만 농협에 신청했었는데, 올해는 마늘 농사를 감안해서 100포대를 신청했습니다. 그 가운데 큰어머니댁에 20포를 드리고 저희가 79포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공장을 통해 가공된 퇴비는 온갖 이물질과 중금속이 남아 있는 등 허점이 많아서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궁여지책으로 진주밭에서 사용합니다. 그나마 이번 퇴비는 발효가 잘 되어서 냄새가 좀 덜하여 다행입니다.
농사꾼 포스를 풍기는 남편은 고흥집에서 가져간 모과나무 묘목을 심고 마늘밭 거름 주는 작업을 전담하고, 동생과 저는 지난 번에 숙제로 남겼던 마른 풀 제거와 감자 심기에 전념했습니다.
말이 웃거름 주기지 사실 지금 뿌리는 퇴비 양은 마늘 덮었던 짚을 잘 썩게 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이라서 소량을 흩뿌리는 수준입니다.
마늘과 양파는 세 해째 심는 작물인데, 두 번은 자급자족을 하면서 조금 남은 것은 도시의 지인들과 나눠 먹는 수준으로 소비했었고, 이번에는 판매를 통해 수익을 좀 내볼까 하고 조금 많이 심었습니다. 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준 얘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좀 있거든요. 알이 잘 들어야 할텐데...
밭의 제일 안쪽은 미처 손이 가지 않아 매해 비워두니까, 풀이 주인격입니다. 이번에는 이것까지 다 정리하고 왔습니다. 아휴~ 속 시원해...
한결 말끔히 이발을 한 밭. 때가 되면 또 잡초들이 주인 행세를 하겠지만 잡초가 있어서 땅심이 좋아졌다는 것도 알기에 함께 사는 겁니다.
겨우내 안 쓰던 근육들을 움직여서 그런지 하루 종일 '아야 아야'를 입에 달고 다닙니다.
written by 느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