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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삼순이를 소개합니다

by 내오랜꿈 2010.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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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마을 아저씨의 sos 요청이 왔다. 이사왔을 때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의 청이라서 남편은 열일 제끼고 가더니 점심 때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잠시 한두 시간쯤 걸리겠거니 했는데, 뭔 일을 단단히 하긴 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나는 쨍쨍한 햇볓에 빨래를 널고, 이 밤톨만한 녀석들과 시간을 보냈다.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기에 진즉부터 개를 키우고 싶었다. 남편은 보더콜리종을 원했지만 그런 고급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가... 똥개라도 그저 생기면 감사할 판이다. 아직은 아는 사람이 열손가락에도 못미치지만 주변에 소문도 내보고, 시골 장터에도 나가봤다. 그런데 우리와 쉽게 인연이 닿는 개가 없었다.  겨울이라 그랬는지 오일장은 썰렁했고, 주변에서 물망에 올린 두어 마리는 일년 정도 자라버린 개다. 개는 강아지 때부터 키워야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절했다. 그랬던 것이 우연하게 녀석들이 굴러들어 왔다. 



녀석들은 산청 둔철산 아랫동네의 된장 만드는 집에서 태어났다. 아비는 그 동네 아무개이고, 어미는 발발이종이라서 녀석들 몸집도 어미를 닮아 그리 크지는 않을 듯하다. 생후 두 달을 넘겨 우리집에 온 지는 2주째 접어들었고, 암컷이다. 두마리 다 우리가 키울 것은 아니고, 한 마리는 나중에 진주 친정집으로 갈 예정이다. 어미와의 생이별도 미안한 일인데, 너무 어린 자매를 떼어 놓기가 안스러운 나머지 아버지께서 일단은 둘 다 데리고 가라  하셨다. 이름은 아무런 고민없이 생각나는대로 삼순이 원,투. 어차피 또 이별해야 할 녀석들이라서 고흥에서든 진주에서든 그냥 '삼순이'다.


우선, 급한대로 창고에서 사과박스를 꺼내 집을 만들어줬다. 두 시간 여 차멀미에다 낯선 환경 탓에 이틀은 그 안에서 꼼짝을 않더니, 사흘째 되는 날부터 인기척이 없을 때 서서히 마당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움직임과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우리는 거실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았다. 자기들끼리 물고 빨고 달리고... 역시 둘을 같이 데리고 오길 잘했다싶다. 우리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응가는 꼭 담장의 참다래 덩쿨 아래서 보고 있다.


개라면 졸졸 따라다니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 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은 경계심이 많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는 있다. 호기심이 무척 많아서 우리가 마당에서 무엇을 하는지 한발짝 떨어져서 유심히 살핀다. 그래서 '삼순이' 대신 '호기심 천국'으로 부를 때도 있다. 


우리집 개의 임무는 대문이 없기 때문에 낯선 인기척에 반드시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 때마침 어제 드디어 밥값을 하기 시작했다. 짖는 소리가 들려서 급히 나갔더니, 마실 가시는 뒷집 할아버지를 본 모양이다. 잘 짖지를 않아서 살짝 걱정한 주인의 마음을 이녀석들이 어느새 읽었나?  다행이다.


주변 분위기 파악이 끝난 녀석들의 첫번째 표적 대상은 애써 심은 나무와 화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마당 군데군데 잔가지가 꺽여 있어 속상하다. 동네분께서 쪽파를 많이 주셔서 일부는 마당에 묻었는데, 그마저도 희생양이 되어간다.  웬만하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키우고 싶은데, 어쩔수 없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왔는지 모르겠다. 혼 낸다고 큰소리를 내면 집으로 쏙 들어가서 한참은 조용하다. 미련퉁이는 아닌 것 같다. 혹시라도 행동반경을 더 넓혀 이웃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발생하면 목줄을 사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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