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봄단장

by 내오랜꿈 2010. 3. 14.
728x90
반응형


조금만 움직여도 목덜미에 땀이 느껴질만큼 포근했던 지난 두어 주.  더이상 추위의 기미가 없어보여서 텅 비어있던 앞마당 단장을 시작했다. '단장'이란 표현을 쓰긴 했지만 별 거 없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우리 손으로 가능한 선에서 소일거리 삼아 마당에 변화를 준 미미한 수준이다. 생각한대로의 그림이 나올려면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런 것들.

 

집마당에는 전주인이 심었던 참다래와 무화과 두 그루, 야자수 한 그루, 비파와 동백이 한 그루씩 담벼락에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채소밭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매일 현관 앞을 쓸어도 마당이 맨흙이니까 바닷바람이 불 때는 구석구석 흙먼지가 날리는 불편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작지만 집 뒤의 텃밭만으로도 충분한 양의 채소를 가꿀 수 있을 것 같아서 앞마당은 잔디를 심기로 했다.

 

일단, 무화과나무 한 그루는 과감하게 베어버리고, 한 그루는 가지만 쌈빡하게 쳤다. 남편은 나머지 한 그루도 없애자고 꼬시지만 없앨 때 없애더라도 열매 한번 따먹어보고 나중에 생각하자고, 버팅기는 중이다. 더불어 엄청난 덩치의 야자수 나무를 캐낸 자리에 진주집에서 파온 매실나무를 심었고, 울산집에서 가져온 엄나무 몇 그루와 대봉감나무는 뒷뜰에, 현관 앞에는 산초나무 두어 그루와 과역장날에 사온 밀감 묘목 4 그루를 띄엄띄엄 심었다. 


 

 

정성스럽게 잔디를 심고 있는 남편의 손놀림을 따라, 나는 잔디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흙을 꽉꽉 밟았다. 일년 정도 지나면 흙을 덮을만큼 거의 자랄 것이라고 남편은 장담하는데,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얼렁얼렁 자라서  내년엔 마당에서 숯불 피워 삼겹살 파티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잡초 뽑기가 만만치 않은 노동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곳은 기온이 따뜻해서 밀감나무를 심어도 된다 하여, 장에서 한 그루 오천원에 사왔다. 2년생 어린 나무라서 열매는 한참 후의 로망이겠고, 우선 뿌리부터 잘 내려 살아나 주는 것만으로 고마울듯 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밀감나무 잎의 상태를 살피며, 애정어린 눈빛을 마구 쏘아주고 있다. 아직 상태는 양호하다.

 

현재의 마당 상태. 이번 주는 하루 빼놓고 온통 비요일이라 축축하다. 전 주인이 남기고 간 대형 고무통 화분에 있던 연산홍을 갈갈이 분해하여 가장자리에 나눠 심었으며, 또 다수는 얻어서 심기도 했다. 이 그림에는 보이지 않지만 잔디밭과 흙밭의 경계에는 근처 바닷가에서 큰 자갈을 주워와서 놓았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