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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불시착

by 내오랜꿈 201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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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땅에 정착한 지 3달째다. 한마디로 낯설고 물선 곳으로 불시착하게 되었다. 


평소에 '45세가 되면 도시에서의 경제활동을 접고 무조건 시골로 들어가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노래를 불렀던 남편의 로망에 협조하여, 어떤 안전장치나 보장책도 없이 과감히 탈도시 감행이 이루어졌다. 그러니 가족과 지인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시골로 기어들어온 우리부부가 못내 걱정되고 궁금했을 것이다. 설연휴를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집들이로 정신없이 보내서 심적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주를 기점으로 집들이의 끝이 보인다. 


사실 '고흥'이란 지역이 남편이 염두에 둔 리스트에서 괄호밖이었던 까닭에 지금의 집은 우리부부의 생각을 실현시키기에 주변여건이 다소 부족함이 없잖아서, 긴 시간을 둔 고민이 필요하다. 어쨌던 당분간이 될지, 평생이 될지 당사자인 우리조차 가늠없는 이곳에서 정 붙이며 사는 이야기를 가끔 풀어내며 잘 지내볼까,한다.



어제는 이틀연속 지겹게 내린 비가 그치고 하루종일 해가 반짝반짝 빛났다. 지난달에 다녀갔는데, 별장에 오는 기분으로 또다시 먼길 달려온 친구부부와 남열 해안길을 드라이브하다가 뜻밖의 횡재을 만났다. 바다는 사리 때가 가까워져서인지 평소보다 물이 확연히 표 날 정도로 많이 빠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물에 잠겨있어야할 갯바위가 바닥을 드러냈고, 그기에 붙어사는 돌미역과 뽀시래기, 톳 그리고 성게를  정신없이 수확했다. 집에 오자마자 손질해서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발휘하여 실컷 먹고보니, 원래 염두에 둔 저녁 메뉴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렸다. 


예전엔 남편과 서로 바빠서 세시풍속 챙길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대보름은 오곡밥도 해 먹고 부름도 챙겼다. 기상청에서는 '내일 비'라고 예보했다. 이렇게 맑은데 설마... 했더니, 예보대로 또다시 밤에 흐려져 구름사이로 달무리가 졌다. 그래도 이 시골에서 맞이하는 첫 보름달에게 작은 소원을 빌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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