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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들어갔다 나왔다 저 혼자 숨바꼭질하는 하루. 가을걷이 한 것을 말려서 마무리 할 시기에 비가 잦으니 일이 쭉쭉 늘어집니다. 지난 주말 이틀 연속 내린 비로, 호박고지 만들려고 썰어 말리던 애호박에 곰팡이가 피어서 결국 거름더미에 던져 버렸지요. 무서리에 딴 애호박과 어제 딴 감을 깍아서 말려야 하는데, 햇살이 약해서 망설여집니다.
지난 주, 비 오기 전에 가열차게 털었던 들깨가 많지는 않는데, 티끌을 분리하는 것이 난제입니다. 바람이 도우미로 나서주었으면 싶은데 어디로 숨었는지 잠잠합니다. 마냥 미룰 수가 없어서 키를 챙겼습니다. 들깨를 털기만 하면 키질 해주겠다고 장담하던 선수는 매실 액기스 거른다고 많이 분주한 척 해서, 도와달라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그만 탁 걸렸습니다.
다다닥 다다닥... 어슬픈 키질에 들깨 알갱이가 도망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그나마 키 안에 남아 있는 것도 신통찮아서 티끌을 손으로 대충 걷어냅니다. 키질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고난이도 작업이네요. 내년이면 올해보다는 낫겠지요.
분리한다고 애는 썼는데 초보티가 팍팍 납니다. 티끌 속에 들깨 알갱이가 알알이 섞여서, 내일 다시 선풍기로 재도전 하다가 안 되면 잘 덮어두었다가 고수를 초빙해야겠습니다.
들깨의 향긋함에 이끌렸을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날고, 기고, 걷는 온갖 벌레들이 다 모였습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들깨 반, 벌레 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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