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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옆지기의 글

불 지피기

by 내오랜꿈 201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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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떨어지기 전에 아궁이에 불을 피웁니다. 삭정이를 모아서 불을 지필 때 참 즐겁습니다. 탁탁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좋고, 나무 타들어가는 냄새도 좋고, 발갛게 스며드는 따스함에 온몸이 노곤노곤해집니다.

 

요 며칠째 이상고온 현상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등에 땀이 줄줄 흐릅니다. 덥다고 투덜거리긴 해도 찬물로 샤워할 정도는 아니라서, 두 사람이 쓸 분량의 물을 데웁니다. 급할 때는 하는 수 없이 기름 보일러의 힘을 빌지만 가을부터 봄까지 우리는 부지런히 아궁이에 불을 땝니다. 물을 데우는 것은 기본이고, 수육도 삶고, 시래기도 데우고, 보리차나 국 끓일 육수를 넉넉히 준비할 때도 마당의 아궁이를 이용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농사에 꼭 필요한 칼리질 비료를 자연상태에서 구하는 방법은 나뭇재가 최고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불을 다 지피고 남은 불땀이 아까워서 오늘은 고구마를 구웠습니다. 호일에 쌌더니 타지 않고 은근하게 잘 구워졌습니다. 가끔 생선이나 김을 굽기도 하는데,  나무 냄새가 배여서 더 맛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것이 시골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겠죠? 각종 야채쌈으로 저녁을 빵빵하게 먹었음에도, 단물이 줄줄 흐르는 간식의 유혹은 가히 살인적인지라 도저히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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