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모종 심기를 끝내고 두어 주 정도 마음의 부침이 심해서 휴식기를 가졌고, 집에 돌아와서도 쉽게 일기가 쓰여지지 않아 꽤 오래 블로그를 쉬었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추 벌레 잡는 일로 하루를 엽니다. 과수원을 오가며 밤 줍고 감 따고 수시로 눈에 띄는대로 익은 팥을 따는 등 수확철을 맞아 이것저것 거둬들이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곧 닥칠 월동기를 지낼 작물로 마늘 심기와 시금치 파종을 마쳤고, 한참 키우고 있는 양파 모종만 적당한 시기에 본밭으로 내면 올해 농사 짓기는 마무리 될 듯하네요.
고흥집 텃밭을 비워두기가 뭣해서 메주콩을 심었더랬는데, 비 온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콩 수확 하러 4시간을 달려갔습니다.
사람이 살지않는 집은 확 표가 납니다. 그래도 집이라고 가니까 마당에 작년에 심었던 국화가 꽃을 피우기 직전이고, 군데군데 뿌려둔 금잔화가 환하게 반기네요. 잔디를 깍아야 하는데 예초기가 고장나서 엄두를 못냅니다. 한번씩 다니러 가면 집 청소하고 풀 정리하기 바쁘게 울산으로 곧장 돌아와야만 하니, 일 년여 있으면서 사귄 지인의 얼굴 보기도 힘드네요. 다음에 갈 때는 좀더 여유를 갖고 다녀와야겠습니다.
마당에 참다래 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습니다. 다음에 다니러 올 때까지 남의 손을 타지 않고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집 앞 논둑에 뿌려둔 코스모스도 허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논 주인장이 제초제를 뿌리면서 코스모스만 살려둔 것인지, 코스모스가 스스로 독한 약기운을 견디고 살아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절로 난 들깨도 틀면 한 되는 족히 될 것 같고, 제대로 관심을 주지않고 방치한 콩인데, 자루에 담고보니 알도 튼실하고 제법 많습니다. 조금 늦었으면 고투리가 터져서 콩이 땅에 떨어질 뻔 했는데, 적기에 수확한 듯합니다.
어젯밤에는 울산에서 가져온 고추 꼭지를 열심히 땄습니다. 울산집 동네의 방앗간은 진주에 비해 고추가루 빻는 삯이 딱 두 배입니다. 그래서 울산으로 오는 길에 진주에 들러 고추를 빻았습니다. 지난 여름 이것을 말리면서 얼마나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심했던지 제게는 참 눈물겨운 고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