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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봄, 제주에서 3 - 크루즈호와 함께 하는 해상일주

by 내오랜꿈 200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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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루즈호와 함께 하는 해상일주


- 2004년 4월 3일 일정 : 도두항→제주 위성섬 해상일주→제주대학→산굼부리→자연사박물관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기다리던 제주해상일주. 새해가 되어 제주도 여행이 구체적으로 회자 되었음에도 스케쥴에 관한한 자연스레 남편 몫으로 떠 넘기고, 시일이 가까워 오면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살짝 물어도 불친절한 이 남자가 함구 하더니, 목전에 이르러서야 침까지 튀겨가며 '배 타고, 바다를 한바퀴 쫘악~ 돌며...' 어쩌고 저쩌고 귀뜸을 해 주는 것이었다. 아! 섬 속의 섬을 감상하는 '해상일주'라니... 말만으로도 멋있을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리며,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아침식사를 하고, 9시반까지 도두항에 가야한다는 이유를 들어 어젯밤 음주는, 기분좋을 만큼의 선에서 자제한 덕분에 상쾌한 아침을 맞을수 있었다.


아침식사 메뉴는 먼저 다녀간 분(동서의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용두암에서 가차운 라마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전복요리 전문 식당에 갔는데, 꽤나 알려진 집인지 테이블이 빌 새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죽과 성게국을 시켰는데 친절은 물론이거니와 전복이 질기지 않고 맛있어서, 비교적 입맛이 까다로운 아주버님도 흡족해 했다.


식사를 마치고 9시40분! 도두항에 도착하니, 하얀배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일단 매표소에 가서 승선수속을 하고, 4인분의 승선료를 지불했다. 섬일주와 점심제공에 대인 68,000(1인)이니, 꽤나 비싼편이다. 그나마 남편이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여 10% (제주도민일 경우 30% 할인 혜택) 할인 받았는데, 형님이 계산 할까봐 재빨리 카드를 내밀었다.^^




우리를 태우고 제주도의 위성 섬들을 일주할 '엔젤호프 크루즈호'는 기존에 여객선으로 사용되다가 유람선으로 교체된 배로써, 나이는 6살,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음하는 제주에서 관광상품으로 개발 된지는 채 한달 남짓이니, 영광스럽게도(?) 초창기 고객이 된 셈이다.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선실로 들어가 창가쪽에 자리를 잡으며 육지가 보이는 곳을 택하려다 보니, 오른쪽에 앉아야 할지..왼쪽에 앉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안다이박사인(우리가 인정하는 다방면 박사!) 남편에게 선택케하여 왼쪽으로 정했지만, 좀 못미더워 승무원에게 쪼르르 달려가 묻는 헛수고를 했다. 또한 4시간이 넘는 제법 긴 일정이니 혹시라도 닥칠 반갑지 않는 손님에 대비하여 배에서 제공하는 멀미약을 한병씩 마셨다. 장시간 배를 타 본 기억이 없어서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는데, 팜플렛을 보며 출발을 기다렸다.


☞ 엔젤호프호 : 320석 규모의 쾌속선,수용인원 318명,최대속력 41.7노트(시속 77㎞)

☞ 운항시간 : 매일 오전 10시 제주시 도두항 출항 - 오후 2시 귀항

☞ 코스 : 제주 도두항-비양도-차귀도-가파도-마라도-형제섬-산방산-용머리해안-서귀포 중문

단지-범섬-문섬-새섬-숲-자귀도-섭지코지-성산일출봉-우도-다려도-제주시-경관-

도두항 귀항


안내방송에 이어 드디어 출발~. 배가 육지에서 조금 떨어지자 마자 설레임도 잠시, 멀미약을 복용하기는 했지만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날씨도 조금 궂은데다가 시속 65Km의 속도에 2m로 점점 높아지는 파고는 통로 사이로 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그리 만만한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나마 나의경우, 수학여행에서 사방으로 친구들이 욱욱거리는데도 말짱했던 여학교 때를 믿으며 그 설레임을 모두 놓지는 않았지만, 승선에 조금 임박하게 도착하여 창가에 자리를 잡다보니, 배의 앞쪽이라 어지럼이 심했다. 결국 형님 내외는 뒷쪽으로 옮겨가고 좀 젊은축의 우리부부는 그 어지럼을 즐겼다. 더더구나 연인의 품에 자연스럽게 안길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시퍼런 바다를 가르며 한참을 달린 끝에 첫 유람지인 비양도에 가서야 이 선상여행에 대해 한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배가 한참 바다를 달릴때는 선실 창을 통해 제주의 해안선을 느끼고, 섬이 가까워지면 그에 대한 약간의 관광 안내방송과 함께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찰영할 수 있도록 섬 근처에서 잠시 배를 멈출 뿐이었는데, 나는 바다를 유람하면서 중간중간 섬에 정박하는 승선여행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기다가 창문은 별로 청결하지 못해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청소를 하지않은 이유가 아니라 염분 때문에 생긴 잔해라 한다. 리필 가격이 장당 50만원이므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엄두를 못내고, 여러 약품을 써가며 시도를 해봤지만, 방수 기술이 관건이라 국내 기술자가 없어서 싱가폴 조선소에 의뢰한 상태인데, 5月쯤에는 깨끗한 상태의 바깥풍경을 즐길수 있다고 한다.




매가 비상하려는 형상의 차귀도, 하멜이 표류한 곳으로 추측하는 가파도, 고구마 모양으로 국토의 최남단에 자리하고 이창명의 짜장면으로 유명한 마라도와 최근에 대장금에서도 나오고 패총이 발견되어 학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송악산도 멀리서 보고, 첫날에 다녀온 용머리 해안과 주상절리대, 그리고 호랑이 코를 닮은 범섬, 할머니 바위로 불리는 외돌개, 따뜻하여 겨울에도 모기와 파리가 죽지않는 무인 등대가 있는 문섬, 정방폭포, 숲섬등 서귀포 칠십리를 돌아, 해안선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비경은 그 이름만으로도 진가를 발휘하는 여러 유,무인섬들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보는 재미가 영 없지는 않았다.


결국 배멀미를 이기지 못한 일본인이 중도에 화순항에서 하선하고, 배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지만, 선상에서 제대로 먹는이는 없었다. 점심도 요금에 포함 된 것인데 이유를 모르지만, 뜯지않는 몇몇이 가방에 챙기니 승무원이 가져가면 안된다는 주의를 주었다. 4月 중순 부터는 가파도 선착장이 완공되면, 만원을 추가하여 전복죽으로 점심이 제공 될 것이라 하니 이후 이용객들은 좀 나은 서비스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선행자는 이런 미비한 점들을 감수해야하니 좀 손해보는 느낌이다.^^




지귀도에서 드라마 '올인'의 무대로 유명한 남동부 섭지코지 절벽까지는 꽤 장거리라 눈을 감고 있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렸는데, 깨어나보니 귀착지인 도두항 근처까지 와 버렸다. 형님 내외도 물론이고 남편도 멀미인지 피곤함인지는 모르나 마찬가지로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렇게 선상여행을 마무리하고 나서며 우리 일행 중 제일 어지러워 했던 동서인 형님의 말씀은 '돈 아깝다' 였다. 제주도를 제대로 볼수 있는 관광상품이 늘어나는 건 분명 환영 할 일이나, 사실 일반인들이 4시간여 넘게 배를 타는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비싼 요금을 치루고 중간에 하선한 사람도 있고, 자리에만 꼼짝없이 앉아 있는 몇몇 사람들과 아침 먹은것 모두 확인하고 난 후 계속 잠에만 빠져든 아이들을 보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할 여행 상품이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측도 아직 개발 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향후 발전을 위한다면 고객의 소리도 귀담아 듣고, 운행 스케줄 조정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사진은 아둔하게도 여분의 밧데리를 준비하지 않은 이유로 일부만 찍혔는데 ' 니 하는 일이 다 그렇다'며 남편에게 엄청 구박 박았다. 그리고 일반 디카로는 그 비경을 담는데 한계가 있는 점 또한 큰 아쉬움이 아닐수 없다.




배에서 내리고나니, 모두들 매콤한게 그리울 만큼 속도 울렁거리고, 제공된 점심을 거의 먹지않아 허기져 있었다. 다음 행선지인 산굼부리 가는 중간에 마땅한 식당을 찾았지만, 결국 이리저리 헤매다가 제주대학까지 가게 되었는데, 세상에 이런 학교 처음 봤다. 요즘 우리나라 대학가는 주변이 거의 유흥가 수준인데, 이 학교는 정문 앞에 그 흔한 분식점 하나도 없이 깨끗했다. 덕분에 아직 지지않는 끝마무리 벚꽃길을 달릴수 있었음은 행운이 아닐수 없다.



written by 느티

2004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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