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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봄, 제주에서 1 - 프롤로그

by 내오랜꿈 200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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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혼인을 하면 부부가 챙겨야 할 기념일이 대폭 많아지지만, 그 중 두 사람이 부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시발점인 결혼기념일은, 맛있는 것을 먹고 선물이나 주고 받는 그렇고 그런 날로 간과하기보다는 챙기는 것에 무딘 나에게도 뭔가 특별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해마다 없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당일 하루가 아니라 앞으로 함께 해야 할 많은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무게까지 포함한 부담 때문일 것이다.




4월초, 평일 하루 휴가까지 달아 결혼기념 여행을 제주도로 결심하게 된 이면에는 우리 부부가 혼인 할 당시, 남편의 사업이 한창 성수기일 때여서 겨우 이틀을 보내고 중간에 짐 싸들고 나온 영향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부에게 여행은 혼인후에도 거의 생활화되어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때의 미안함으로 5주년은 제주도에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편이 약속을 지켜준 셈이다.


활주로가 짧아 조금만 비가와도 결항이 잦은 여수에서 제주도行 오전 비행기표를 예약한 터에 전날의 궂은 날씨가 내심 반가웠던 것은, 제주도에 갈 비용으로 이왕 휴가까지 낸 4일 연휴를 육지의 이곳저곳을 넉넉하게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쉽게도 화창한 날씨와 비행기 시간이 임박할 즈음, 아침에 잠시 사무실에 들려 미적거린(?) 남편이 직원의 배웅을 받아 공항으로 가는 길은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사고가 났는지 갑자기 차가 밀려 겨우 10분을 채 남기지 않고 도착하는 아슬아슬함까지 보탰지만(정작 본인들은 느긋한데 주변사람들이 더 안달~), 예정대로 비행기는 떴다. 행선지도 남편이 알아서 챙기기로 하였고, 나는 그저 편안히 3박4일(비행기 사정으로 2박3일이 됨)을 즐기기만 하면 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이륙한 지 40여분후 우리는 제주공항에 내렸다.




렌트카를 예약한 후,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가까운 남편의 회사 오피스텔에 짐을 풀었다. 우리가 거의 전용으로 사용하다시피 하는 시아주버님의 콘도 회원권으로 예약을 하다가 우연히 시간이 맞아 이틀을 함께 보내기로 한, 서울에서 내려올 형님 내외분의 도착까지 다소 시간이 남아서 슬슬 공항까지 걸었다. 진즉부터 알아본 콘도예약이 연휴기간이라 전일정 예약이 여의치않아 그냥 우리는 오피스텔을 이용하였는데, 어차피 잠만 자고 그리 로멘틱하지는 않지만, 공짜니까 그런대로 지낼만 했다. 로타리 한켠에 심어진 노란 유채꽃과 이곳 특유의 열대식물들, 사이사이 돌담의 분위기가 벌써 내국이면서 이국적인 느낌의 제주도에 온 실감이 들게 했다.




written by 느티

2004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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