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시 찾아도 새로운 그곳.
-2004년 4월 2일 오후 일정 : 용두암→삼방굴사 & 용머리 해안→약천사→중문 컨벤션센터→주상절리
나이차가 많아 우리에게는 여러 모로 부모님 이상으로 어렵고도 든든한 형님 내외와 만나자마자 식때라 공항에서 가까운 용두암 근처로 갔다. 바닷가에 위치한 횟집에서 갈치조림과 고등어 구이를 시켰는데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모두 생물이라 싱싱하고 맛있었다. 특히 밑반찬으로 나온 자리돔 젓갈에 젓가락이 많이 갔다. 남편만 있었으면 당연히 디카를 꺼내 찍었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
이왕이면 서로 안 가 본 곳들을 둘러보자는 전제하에 남편이 생각한 몇 곳을 두고 어디를 갈까 잠시 의견 조율을 하다가, 일단 용두암부터 내려갔다. 아직 연휴 시작전이라 그리 사람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유명 관광지의 하나답게 삼삼오오 짝을 이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용두암은 화산 분출시 해식의 영향을 받아 급격히 식어버린 바위로써 바닷가에 솟은 기암의 높이는 10여미터이고, 바다속으로 잠긴 몸의 길이가 30여미터 정도 된다는데 몇 가지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용이 승천할 때 한라산 산신령의 옥구슬을 입에 물고 달아나려 하자 산신령이 분노하여 쏜 화살에 맞아 바다로 떨어졌는데, 몸체만 바닷속에 잠기고 머리는 울부짓는 모습으로 남았다고 하고, 또 다른 전설은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서 죽었는데 그 시체가 응고되어 일부는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물 위에 솟은 것이라고 하며, 또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소원인 백마가 장수의 손에 잡혀 바위로 굳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하니, 그저 하나의 커다란 사물인 바위 덩어리로만 보기보다 용두암이 지닌 전설과 함께 여러 각도에서 보면 그 재미가 더할 것이다.
용두암을 나와 형님부부의 숙소인 한화 리조트를 찾아갔다. 새로 지어서인지 시설도 깔끔하고, 설비도 아주 잘 되어 있었는데, 평수를 믿고 대가족이 몰려갔던 악몽같은 몇년 전의 기억 때문에 더하겠지만, 25평인데도 부산의 32평보다 훨씬 넓고 실용성 있었다. 더더구나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스파(Spa)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데, 테라피 센터가 있어 어깨결림이 잦은 나 같은 사람은 고려해봄 직 하다. 콘도를 나와 일명 '5·16도로'라 불리는 11번국도를 따라 한라산 정상을 넘어섰지만 뒷자석에서 졸다보니 바깥풍경 대부분을 놓치고...
불교신자인 형님을 위해 해발 395m로 휴화산인 삼방산을 찾았다. 이 산은 온통 절벽으로 이루어진 중턱에 영주 10경의 하나인 산방굴사가 있고, 백록담의 뚜껑부분이 날아와서 자리잡은 산이라는 전설이 사실인 양 제주의 다른 산과는 달리 분화구가 없으며, 외벽은 온통 풍화작용에 의한 침식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경관이 아름다와 예로부터 수도승들의 수도 장소로 애용되기도 했고, 산방굴사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은 예로부터 제주도 12경의 하나로 쳤다.
제주의 날씨는 워낙 변동이 심해서 예전에 왔을때는 궂은 날씨로 흠뻑 젖고 추위에 떨어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아 제법 쾌청했다. 산의 크기에 비해 비대하고 볼품없는 절은 지나치고, 삼방굴사 올라가는 길 중턱에서 본 용머리 해안과 그 옆에 살짝 하멜이 표류하여 타고 온 배가 보인다. 산 아래의 날씨는 맑은데 중턱에서 사방을 보면 뿌옇게 흐리다. 형님이 부처님께 예를 드리는 동안 우리는 먼 시야의 경치를 즐겼다.
다음 목적지인 약천사를 찾아가다 그만 이정표를 지나쳐 월드컵 경기장을 봤는데, 지난여름 태풍의 피해로 아직 복구중이라 흉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U턴하여 겨우 찾은 약천사는 입소문답게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들어서자마자 그 크기에 압도당한 느낌이다. 1층에는 부처님의 불상을 모시고, 2층에는 'ㄷ'字 형태로 돌아가며 8만불을 모셨으며, 3층에는 그 외의 다른 부처들을 모신 거대한 궁전같은 절이다. 신도분이 사진 찍는것을 금하여 내부를 찍지 못했지만, 부대시설도 본당 못잖게 큼직하고 주변 경치가 이국적이라서 우리나라 절집 같은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우리 부부 둘만이었다면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곳이지만, 입장료가 따로 없는건 참 다행한 일이다.^^
봄의 제주도 대표주자는 단연 돌 많은 이곳 특징인 돌담 사이로 파도처럼 흔들리는 샛노란 '유채꽃' 일 것이다. 봄철에 살짝 겉절이 해 먹는 일명 시나나빠 인줄 알았는데, 그것과는 좀 다르다고 형님이 귀뜸하여 자세히 보니 그런것도 같았다. 요즘은 유채를 이용하여 관광상품도 많이 개발이 된 것 같다. 수요가 없다면 개인들이 앞다투어 밭에 씨를 뿌리지는 않을 것이니, 관광객들에겐 눈요기를 제공하고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다불어 천혜의 조건으로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차별화 된 제품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처음에는 곳곳에 크고작은 유채밭에 황홀해 하다가 다니다 보니, 온통 널린 풍경이라 금방 식상했다. 사람의 마음이 늘 이 모양이다.^^ 바닷가를 정면으로 두고 배치된 절 앞쪽에는 산책할수 있는 너른 정원이다. 제주도답게 곳곳에 할라봉은 아닌데 귤처럼 생긴 열대과일이 꽤나 달려있었는데, 무리와 떨어져 혼자 주변을 어슬렁거린 남편이 불쑥 나타나더니, 어떤 부부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주머니에 몇개 따 담느라 바쁘다고 했다. 내심은 부러움일까? 주차장 나오는 길에 담쟁이로 무성한 해우소가 참 운치있다 싶어 찍었는데, 막상 빛이 들어간 사진은 별로다.
도로상으로는 화순을 거쳐 중문 관광단지 그리고 약천사가 순서겠지만, 우리는 헐렁하게 목적지를 따라 왔다갔다 했기에 용머리에서 약천사, 다시 중문단지에 들어섰다. 각종 호텔들과 여미지를 빼고 형님도 우리도 안 가 본 곳을 찾다보니 유채가 만발한 국제 컨벤션 센터에 이르렀고, 주상절리 가는 길목은 산책하기에 좋다. 상점에서 한박스 이미 샀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어 할머니가 소매로 파는 할라봉도 한무덩이 사서 까먹었다.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제주도 예외없이 몇몇 굵직굵직한 드라마 찰영 장소로서도 꽤나 유명세를 치루고,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다.
컨벤션 센터 뒤쪽 바닷가가 주상절리! 지금은 위험하여 못 내려가게 막아 놓았다. 주상절리대는 서귀포시 중문동과 대포동의 해안선을 따라 약 2Km에 걸쳐 해안절벽에 수려되어 있다.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에 형성된 화산도(火山島)로서 주로 현무암질 용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절리(節理, Joint)는 암석에 발달된 갈라진 면으로서 화산암에는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와 판상절리(板狀節理, Platy Joint)가 발달된다. 주상절리는 주로 현무암질 용암류에 형성되는 기둥 모양의 평행한 절리로서 고온의 용암이 급격리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작용에 의해 생겨난 "틈"이다. 위에서 보면 일정한 다각형의 형태를 보이는데 항상 5,6각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최대 높이 25m에 달하는 수많은 기둥 모양의 암석이 해안선을 따라 규치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마치 신이 빚어놓은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약 50만년 전에 형성된 조면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이 곳의 주상절리대는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인정되어 문화재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이상은 안내판에 쓰여진 내용인데, 아닌게 아니라 정교한 조각 같은 모습과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한라산을 횡단하여 용두암 바닷가 근처 횟집에 가서 황돔을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였고, 늘 대가족이 모여 북적거리다가 이렇게 두 형제만이 함께한 시간은 처음이었기에 형님부부도 기분이 남다른듯 했다. 제주의 밤은 점점 깊어가고 2차를 술집으로 가자는 주장을 자르고, 여자들의 입김으로 숙소인 콘도에 가서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는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제주도 여행은 비용이나 일정등을 생각하면 보통사람들이 제집 드나들듯 만만하고 쉽게 갈수 있는곳은 결코 아니기에 각자 찾는 그 목적이나 명분도 다양 할 것이다. 형님의 경우, 주로 사업상 골프를 목적으로 자주 왔던 제주도였지만, 우리와 함께 돌아본 반나절 일정의 관광지들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우리부부 또한 예전에 둘러본 곳들이기는 하지만, 주변풍광으로 느끼는 감동보다는 가족과 '함께'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것을 넉넉하고 이쁘게 만드는지를 확인시켜 준 시간이어서 뿌듯했다.
written by 느티
2004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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