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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풀 속의 수확

by 내오랜꿈 201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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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을 보내면서 풀매기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절감하고 있다. 이쪽 매고 나면 저쪽에 다시 무성하게 자라난 풀 때문에 몸이 쉴 틈이 없다. 정말 표나지 않는 일이고, 잡초 문제만 해결된다면 '농사 그까이 거 별 거 아니네'란 건방진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맹독성 제초제를 마구 뿌려대고, 검은 비닐을 온 밭에 덮는 다른 농부들의 심정을 알 것도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유혹에 한 번도 빠진 적은 없다. 지금 밭의 상태는 고추나 콩밭 외에는 잡초와 함께하는 진정한 '자연농법' 상태라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김장배추밭 만들기가 허리까지 자란 바랭이 때문에 고난이도 작업이 되어버렸다. 감자 캐면서 1차 정리를 했었지만 장마를 거치면서 무성하게 자라났다. 작년까지 경작하지 않았던 땅이라서 풀씨가 수억만 개쯤 떨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베어진 풀은 다시 거름이 되어 땅으로 되돌려질 귀중한 자원이라서 크게 구박은 안 하고 있다. 이 밭은 밤낮 기온차가 심하고, 조금 경사진 땅이라 고랭지 배추라고 우겨도 될 듯하다.^^

 



한여름 모기가 극성인지라  모기에게 뜯기지 않으려 완전무장하고 풀 속에 묻힌 작물을 건지러 갔다. 단호박을 꽤 많이 심었는데 일부는 수확이 늦어서 썩어 있고, 풀 속에서 광합성을 하지 못한 단호박 곁가지의 싹수가 노랗다. 한 손엔 낫을 들고 길을 만들어가며 건진 아홉 덩이의 상태가 그래도 좋아 보인다. 이놈들 따내고, 어린 호박들이 숨 쉴 정도로만 풀 정리를 하고 나니 완전 기진맥진이다. 

 



토마토가 이제 끝물이다. 내일 오후쯤 비 예보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빨간빛이 돌면 모조리 따버렸다. 비 온 뒤에는 열과현상으로 살이 터진 토마토를 먹어야 하기에. 수박도 한 덩이 땄다. 올 여름, 저 수박이 없었다면 아마도 일하기가 두 배는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감자싹이 나지 않은 자리에 뒤늦게 심은 강낭콩. 이만큼이라도 건져서 다행이다. 어린 것은 삶아서 간식으로 먹고, 늙은 것은 까서 밥에 놔야겠다.

 



고온에서 잘 자리지 않는 상추를 대신하여 치커리와 양상추가 빈번히 쌈거리로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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