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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6일째다. 독기를 품은 너구리 한 마리까지 올라온다고 하는데 고추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텃밭에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토마토에 '열과현상'이 보인다. 어쩌면 다른 병이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저 푸른 토마토가 익지 않아야 할 거 같다.
연 6일째 내린 비와 바람에 고추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주말에 묶어주었어야 하는데 비 때문에 그냥 두었더니 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묶어주리라. 독기 품은 너구리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니...
오후에 접어드니 구름이 걷히고 옅은 빛이 드러난다. 열일을 제쳐 놓고 고추줄 묶기에 나선다. 고추줄매기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수월한데 혼자서 하려니 꽤 시간이 걸린다. 우거졌던 고추 이랑이 훤하게 뚫렸다. 그리고 난황유를 급히 만들어 고추와 토마토 등에 분무해 주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까지인 것 같다. 나머지는 고추 스스로 버텨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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