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비가 내리더니 8일째, 마지막 피날레는 '너구리'가 장식한다. 일본 쪽으로 진로를 꺽인 탓인지 비는 많이 오지 않지만 풍속 20m/sec가 넘어가는 강풍이 하루 종일 불어댄다.
2년 가까이 잘 버티던 수제 대나무 울타리가 너구리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다. 삼순이가 가임기간만 되면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놈저놈을 건드리고 다니기에 '삼순이 임신방지용'으로 만든 울타리다. '너구리' 탓도 있겠지만 대나무를 엮었던 끈도 많이 삭았던 것 같다. 앞마당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며 텃밭의 오이와 토마토가 견딜 수 있을까 걱정하며 지내는 밤이다.
아침 일찍 텃밭을 보니 생각보다는 잘 버틴 것 같다. 고추는 거의 피해가 없는 것 같은데 오이는 살짝 맛이 갔다. 바람에 잎들이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 꼭 서리맞은 호박줄기 같다. 6월 말에 파종한 오이가 클려면 이 오이들이 한 달은 버텨줘야 하는데, 텃밭의 유일한 근심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토마토도 줄기와 잎들이 많이 흔들린 것 같은데, 한 포기는 상태를 보니 아마도 고사 할 것 같다. 혹시나 바이러스나 병원균들이 침투하면 더 피해가 클 거 같아서 고사 할 거 같은 토마토 한 포기를 뽑아내고 꺽인 잎줄기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햇빛을 보지 못해 완숙토마토가 되지 못한 채 매달려 있는 이것들이 빨리 익어야 할텐데...
아깝지만 과감히 뽑아낸 토마토 잔해. 잘라서 김장배추 심을 밭에 멀칭해주었다. 경험적으로 장마기간이나 비가 많이 왔을 때 잎사귀가 쳐진 것들은 며칠내로 고사할 확률이 높으므로 다른 포기의 안전을 위해서 제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앞마당의 파프리카도 고생을 좀 한 거 같은데 잎사귀의 상태를 보니까 칼슘 등 무기물의 공급이 좀 부족한 거 같다. 원래 작물을 키우던 밭이 아니라 마당의 잔디를 걷어내거나 화분에 심은 것들이기에 그런 것 같다. 웃거름을 하긴 했지만 완효성 퇴비인지라 효과를 보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바닷물이나 EM/쌀뜨물 효소 액비를 부지런히 주어야 할 거 같다.
'살아가는 모습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가운 여름 햇살 (0) | 2014.07.14 |
---|---|
고추, 붉게 물들기 시작하다 (0) | 2014.07.13 |
고추, 세 번째 줄 매다 (0) | 2014.07.07 |
고추, 노린재 구경하기가 어렵다 (0) | 2014.07.02 |
가지, 비파 수확하다 (0) | 2014.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