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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고추, 노린재 구경하기가 어렵다

by 내오랜꿈 2014.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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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고추재배를 해보면 가장 어려운 병충해 예방은 아마도 탄저병과 노린재가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로 국한하자면 탄저병은 식초나 바닷물 희석액을 주기적으로 뿌려주며 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완전한 예방책은 없는 편이다. 있다면 오로지 작물의 뿌리가 튼튼하게 자라도록, 그래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작년의 경우는 8월에 들어서 탄저병이 오는가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었는지 고추 스스로 어느 정도는 극복해주었다. 그래서 11월에 들어서도 고추를 딸 정도로 상태가 좋았었다.




반면에 노린재는 해마다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많아서 이맘때 쯤이면 아침마다 고추밭에 들어가 노린재 잡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해는 노린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고추 포기 사이로 들어가 헤집고 다녀도 어쩌다 한두 마리 잡을 뿐이다. 지금 텃밭에 고추와 가지, 파프리카를 합해서 150여 포기가 있는데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노린재가 산란한 잎을 3장 따내어 제거했을 뿐이다. 우째 이럴 수가?!!




지금 고추가 자라는 곳은 5년째 계속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원예 관련 책에서는 '연작장해'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돌려짓기'를 권하고 있는데, 나의 경우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작정하고 계속 같은 곳에 심고 있다. 


첫째는 이곳 고흥집 텃밭의 규모가 작아 '돌려짓기' 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고추를 재배하는 곳과 무, 배추를 재배하는 곳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무, 배추 뒷그루가 마늘, 양파인지라 시기적으로 고추를 재배할 수 없는 것이다. 6월 마늘, 양파 수확 --> 8월 무, 배추 파종 --> 11월 무, 배추 수확 --> 11월 마늘, 양파 심기 --> 6월 마늘, 양파 수확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추재배한 곳은 11월에 완두콩을 심어 수확한 뒤 고추를 재배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둘째는 자연상태에서 작물이 과연 스스로 '돌려짓기'를 선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돌려짓기'란 인간의 욕망, 다수확이라는 욕망에 의해 선택된 재배방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물 스스로는 자기가 자라던 곳 주변에 씨를 퍼뜨리고 다시 자라기를 해마다 반복하며 수천 수만 년을 이어온 것일진데 인간이 여기에 개입하면서 '연작장해'라는 '문제'를 생겨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원예관련 책에서는 고추나 가지 등 가지과 작물의 잔사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태우거나 재배지에서 멀리 없애라고 충고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해마다 고추나 가지, 토마토 등의 잔사를 작두로 잘라 그 자리에 다시 뿌려준다. 작년 11월에 뿌려준 고추의 굵은 가지들은 사진에서 보이듯 아직까지 완전히 부식되지 않았다. 내 경험으로는 완전히 부숙되는데 1년 정도 걸리는 거 같다.


이제 겨우 5년째니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진주밭의 경우 작물의 경작 배치상 자연스럽게 2,3년에 한번씩 돌려짓기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예의주시하며 상태를 기록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




올해 고추재배를 하면서 작년과 특별히 달라진 점은 은행잎발효 해충기피제와 EM/쌀뜨물 활성액을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도 은행잎발효 해충기피제를 뿌리기는 했으나 양이 적어 주기적으로 뿌리지를 못했는데 올해는 넉넉하게 만들어 둔 게 있어서 3,4일에 한 번 EM/쌀뜨물 활성액과 번갈아가며 살포하고 있다. 


EM활성액 살포도 올해 처음 해보는 거라서 아직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어느 것의 효과이든 노린재가 사라진 고추밭은 한결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작물잔사와 짚 등의 피복으로 풀도 덜 나지 노린재 잡을 일 없지 올해는 그야말로 희희락락하며 고추 키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어쨋거나 올해도 별다른 병충해 없이 무사히 이 여름이 지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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